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최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절호의 기회라면서 “이 기회에 경색된 남북관계를 화끈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장관은 14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남북관계 회고 특강에서 이 같이 말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준수 표명, 금강산 관광 재개, 식량지원, 개성공단 사업 촉진을 위한 노력 등을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 시절 냉전이 종식됐을 때 처음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고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했던 것이 그 두 번째 노력이었다”면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계기로 세 번째 `골든 찬스(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가 이 기회를 잘 포착해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국내에서 활발해진 북한 급변사태 대응 논의와 관련, 독일 통일 전 동독이 평화시위 등으로 급변기를 맞았을 때 서독의 대응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전까지 동독에 20년간 연평균 32억달러를 지원했던 서독은 당시 `작전계획 5029′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며 “개입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고 보고, 비폭력 시위를 장려하는 한편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면서 뒤에서 조용히 조종했다”고 소개했다.
임 전 장관은 미국이 최근 북핵 검증 방안에 합의하기 전 한때 북에 제시했던 사찰방식은 `강제사찰’로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뒤 “내가 1991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 채택 당시 협상 대표로 활동할 때도 미국은 우리에게 강제사찰 개념으로 합의하길 희망했지만 결국 동의하에 사찰하는 `특별사찰’ 개념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임 전 장관은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 간에 공통점이 있다는 6.15선언 제2항이 북한의 통일방안을 수용한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사실상 북측이 남측의 통일 방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 통일론에 바탕한) 고려민주연방제 통일방안은 냉전시대의 산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면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은 통일 과정을 연장하자는 것으로, 남측의 방안(연합제)과 같다’고 했다”고 소개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