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ㆍ신건씨 징역6년씩 구형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2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내 주요인사 등의 휴대전화 통화를 불법 감청하도록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국정원 감청부서인 제8국(과학보안국) 직원 대다수가 피고인들에게 불법 감청 첩보가 보고됐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불법 감청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방대한 규모의 감청 조직과 장비가 장기간 운용됐고 국가 정보기관이 도청 사실을 ‘고백’한 점 등은 명백한 유죄 근거이다”며 “암울한 권위주의 시대에 시작된 도청 관행을 근절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두 피고인도 역사의 피해자이지만 이번 기회를 역사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인사상 불이익을 안 주겠다는 국정원의 약속에 따라 8국 직원들이 ‘허위진술’을 했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 “자신의 존재 의미까지 부정하며 자백한 직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를 정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이수일 전 차장의 심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박했다.

검찰은 “장기간 엄청난 인권침해가 자행됐는데도 피고인들은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정보를 불법 취득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역사와 국민 앞에 엄숙하게 선언하는 의미에서 중형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임ㆍ신 전 원장의 변호인들은 “8국 직원들은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추측성 진술을 내놓은 것이고 도청사실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인 김은성 전 차장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다”며 “부임 이후 도청과 정치사찰 근절에 앞장 선 피고인들은 불법감청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만큼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변론했다.

임 전 원장은 최후변론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수사 초기 검찰의 ‘불구속 제의’까지 거절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은 제가 존재하지 않는 범행을 시인할 경우 국정원이 범죄집단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며 “대북송금 특검 수사에서 국정원의 환전편의 제공사실을 자백했듯이 잘못이 있었다면 벌써 털어놓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 전 원장은 “법조인으로서 ‘정의’를 최고 가치로 삼아 온 제가 비겁하다는 주변의 비난을 무릅쓰고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며 “국정원장이 기관 내부 사정을 왜 모르겠냐는 선입견을 버려주시기를 간청한다”고 말했다.

임동원ㆍ신건씨는 국정원장 재직시 감청 부서인 제8국 산하 감청팀을 운용하면서 국내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를 불법감청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2일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날까지 6개월 동안 국정원 전ㆍ현직 임직원 등 무려 33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두하고 검찰과 변호인들이 치열하게 유ㆍ무죄 공방을 벌이면서 진행돼 온 1심 재판은 다음달 14일 오전 9시30분에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마무리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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