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합겨룬 북미..암초 넘어설까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기분 나쁘고 괴로운 것부터 해결하자고 하지 않았겠는가.”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28일 베이징에서 이뤄진 북미 양자회동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해제,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해결, 각국별 제재 해소 등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이 같이 논평했다.

6자회담을 앞두고 탐색전 차원에서 만난 이번 베이징 회동에서 북한이 요구수준의 최대치를 꺼내 들 것임은 다들 예상했던 부분. 그러나 북핵폐기의 대헌장 격인 9.19 공동성명에 나오지 않는 사항들을 북한이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북미간 사전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BDA문제는 6자회담 재개시 설치될 금융문제 워킹그룹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지난 달 31일 베이징 회동의 합의 사항이지만 북측 협상팀으로서는 BDA에 동결된 자금 2천400만달러를 손에 쥐는 일에 느긋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 최고 지도층의 자금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한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북한이 2천400만달러를 우선적으로 받아내야 회담을 할 수 있다던 종전 입장에서 완전히 물러설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 반면 미국은 금융문제 워킹그룹을 통해 이 문제 해결을 논의하고 BDA문제의 원인이 된 북한의 돈세탁.위폐제조 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견해차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막막한게 사실이다. 미측이 북한의 핵폐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BDA 문제도 조기에 해결될 것이라는 `사인’을 북측에 보내는 선에서 양측이 타협할 수 있다면 `임시방편’은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물밑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를 해제하라는 북한의 요구는 형식 논리상 미국의 결정권한 밖의 일이라 더욱 어려운 요구 조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회담 복귀 결정에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안보리 결의에 따른 압박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었음을 감안하면 안보리 제재 해제가 가장 급한 요구사항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결정사항인 까닭에 미국이 당장 어쩔 수 없다는 점을 북한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차기 회담에서 꺼낼 수 있는 이슈에 안보리 제재 해제를 포함시킬 것임을 시사한 것은 회담의 진전을 기대하는 쪽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닐 것임은 틀림없다.

아울러 북한 선박 입항의 전면금지 등 일본이 북한 핵실험 후 독자적으로 결정한 제재조치도 대외무역에 입힐 타격이 크기에 북한은 우선적으로 해결할 사안의 하나로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련국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9.19 공동성명 이행 협의가 재개되기 전에 이 같은 북한의 요구로 샅바싸움이 길어진다면 차기 회담이 험로를 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요구사항들이 실질적인 `딜’에 앞서 기선제압 차원에서 최대치를 불러 본 것이어서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미국 등 관련국들이 북핵 폐기 과정에서 줄 수 있는 `당근’들이 제시되면 북한도 이 같은 요구들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낙관론의 요지다.

한 정부 소식통은 “28일 베이징 회동이 차기 회담 사전 준비를 위한 첫 만남이었음을 감안할때 북한의 요구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에 해당하는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총 망라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본격적인 협의가 계속되면서 상호 이행할 조치들이 균형점을 찾게 될 경우 이 요구사항들은 극복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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