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수사 전말

친북 비밀조직인 `일심회’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사업가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44)씨와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인 이정훈씨, 학원장 손정목씨가 올해 10월 공안당국에 전격 체포되면서부터다.

국정원이 수년간 내사 끝에 장씨가 북한 노동당에 가입하고 대외연락부 지령에 따라 이ㆍ손씨 등 국내 인사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한 뒤 중국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케 한 혐의를 포착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국정원은 장씨에게 포섭된 또 다른 인물인 민노당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회사원 이진강씨를 잇따라 검거한 데 이어 이들로부터 컴퓨터, USB(저장장치) 등을 압수해 발견한 다량의 암호화된 대북 보고문건을 해독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 간첩혐의 윤곽 노출 = 국정원이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신문을 개시하고 압수물 분석을 진행하면서 일심회의 간첩 활동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이들은 중국 베이징에 마련된 비밀 접선 장소인 동욱화원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해 국내 정당 및 시민단체들의 동향과 2004년 총선 및 올해 지방선거 상황, 민노당의 올해 방북 대표단 및 당직자 성향 분석자료 등 각종 정보를 북측에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장씨는 지령을 수신한 뒤 하위 조직원들과 북측 공작원의 접촉을 주선하고 선거관련 정보 등 국가기밀을 수십 차례 탐지해 북측에 보고하는 등 고정 간첩활동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심회 사건은 1996년 구속된 `깐수’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나 1998년 `지하가족당’ 심정웅씨 사건 등 이후로 최대 공안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였다.

◇ 묵비권 행사ㆍ변호인 접견문제 등 난관 = 이 사건은 오랜만에 터져 나온 대형 공안사건인 데다 자백 강요 등이 통했던 과거와 달리 피의자의 인권의식이 향상되는 등 수사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공안수사의 새로운 시험대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안당국은 압수물에서 확보한 친북활동의 증거를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진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이 일제히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간첩단’ 사건이다”고 단언하면서 피의자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변호인단이 이 발언에 대해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이자 명예훼손 행위”라며 김 전 원장을 고소하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냈다.

공안당국과 변호인간 갈등의 불씨는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 문제로 옮겨 붙었다.

국정원측이 조사실에서 묵비권 행사 등을 조언하는 변호인에게 “수사를 방해한다”며 퇴거 조치를 내리자 변호인단이 “변호인 참여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한 것.

극정원은 피의자들의 구속기간까지 연장하며 일심회의 실체 규명 및 혐의 입증에 진력했지만 변호인측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 채 검찰로 송치됐다.

◇ 조직 규명, `이적단체’ 결론 =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로도 피의자들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고 피의자 접견 문제로 인한 변호인과의 갈등도 재연됐다.

검찰이 장씨로부터 압수한 문건에서 현재 피의자들의 변호를 맡은 김모 변호사가 `포섭 대상자’로 기록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변호사의 접견을 불허하자 변호인측에서 준항고를 또 다시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검찰이 김 변호사의 접견을 금지한 것은 법령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며 변호인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수사진은 압수수색 성과를 토대로 추가 증거를 찾고 장씨 등 일부 피의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일심회의 성격 규명하고 구체적인 범죄사실도 확정할 수 있었다.

일심회가 상하 조직원만 일대일로 접촉하고 하위 조직원들끼리는 서로 알 수 없게 하는 `단선연계 복선포치’ 형태의 조직망을 갖췄다는 점과 수십 차례 국내 정세 동향과 주요 당직자 신원분석 등 기밀을 북에 보고한 사실을 소상히 규명한 것이다.

검찰은 일심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조직원들에게는 간첩 혐의 등을 적용해 8일 일괄기소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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