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수사는 `백사장서 바늘찾기’

친북 비밀조직으로 지목된 ’일심회’ 사건의 일부 수사기록을 이달 10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아연실색했다.

1차로 송치된 이 조직의 총책 장민호(44.미국명 마이클 장)씨와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43)씨, 학원사업자인 손정목(42)씨 등 3명의 수사기록만 한 트럭 분량이 됐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12일 “압수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국정원이 이들로부터 수거한 컴퓨터 디스켓 및 USB 저장장치의 복사본과 길게는 십여 년간 모은 조사ㆍ내사 자료 등이 무려 77만 쪽에 달한다. 자료 정리나 분석에만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13일 민노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0)씨와 장씨의 회사 직원 이진강(43)씨의 기록까지 송치되면 일심회 사건 관련 자료는 모두 100만 쪽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암호화된 대북 보고 문건 등 대공 용의점이 있는 자료와 그렇지 않은 일반 서류가 섞여 있는 만큼 증거능력을 갖춘 단서나 정황 등을 찾아내려면 모든 자료를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사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책 한 권이 200~300쪽이라고 가정하면 장씨 등 3명의 자료만 책 3천 권 안팎에 달하는 분량이고 최씨 등 2명의 수사 자료 및 압수물까지 넘겨받으면 그야말로 수사팀은 ‘산더미 증거물’ 속에 파묻히는 꼴이 된다.

국가보안법 사범의 경우 불고지죄 등을 제외하고 10일인 조사 기간을 두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한 달을 꽉 채워 조사한다 해도 검사나 수사관들이 하루에 책 100권 이상 분량의 자료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해 일단 송찬엽 주임검사 등 공안1부 검사 전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피의자 2명의 기록이 송치되면 공안2부 및 다른 부서의 수사 인력까지 더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린 뒤 한 달간 일심회 수사에 ’올인’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아울러 국정원에 일부 압수물 분석을 맡기고 필요하면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지휘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일심회 수사 성과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점은 옥석을 쉽게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 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정원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장씨 등이 묵비권 행사, 단식 등을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수사의 장애물이다.

북한에 3차례 들어가 노동당에 입당하고 지령을 받아 일심회를 결성, 조직원들을 포섭한 뒤 이들을 통해 수집한 국가기밀을 북한에 넘긴 의혹을 받고 있는 장씨는 국정원 조사에서 자신의 행적은 물론 압수물의 존재까지도 모두 부인했으며 장씨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혐의를 받고 있는 나머지 구속자들도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공동변호인단이 ’변호인 조력권 침해’ 등을 내세워 공안당국의 조사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검찰은 변호인단과 만나 조사 과정에서의 참여나 심문 단계에서의 관여 수준을 협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씨가 미국시민권자인 점도 검찰에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테러나 간첩 용의자에 대한 조사 방식이 훨씬 가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국정원 조사 때 미 대사관 관계자가 다녀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장씨 등의 혐의가 수사 초기부터 유출되고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실도 검찰 수사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공(對共)수사 역사상 전례 없는 이런 악조건을 감안한다면 검찰이 일심회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하고 장씨 등의 혐의와 이들에게 제기된 세간의 온갖 의혹을 가감 없이 밝혀낸다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찾기에 비유될 만큼 힘든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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