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사건의 공은 이제 검찰로

국가정보원이 20일 가까이 수사해온 친북 비밀조직 `일심회’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을 이번 주말을 전후해 검찰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검찰이 남은 의혹 수사와 기소를 맡게 됐다.

9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달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구속한 장민호(44.미국명 마이클 장)씨와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43)씨, 학원사업자 손정목(42)씨, 또 26일 연행한 민노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0)씨와 장씨의 회사 직원 이진강(43)씨의 신병과 수사 기록을 10일과 13일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검찰은 국정원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한 달 간 보강 수사를 거쳐 다음 달 9일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 무엇을 수사하나 = 국정원은 장씨가 밀입북해 노동당에 가입한 뒤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고정간첩’으로 암약하면서 일심회를 결성해 나머지 구속자들을 조직원으로 포섭,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 접촉을 주선하고 각종 정보 수집 임무를 맡겼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해왔다.

국정원은 장씨 등이 혐의 내용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묵비권 행사나 단식 등을 통해 수사에 응하지 않자 장씨의 메모와 암호 문건, 이메일 등의 압수물을 분석하고 계좌나 통화내역 등을 추적하면서 대공용의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국정원은 이러한 일련의 수사 과정을 통해 장씨 등이 북한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대화한 정황은 상당 부분 확인했으나 국가기밀 수준의 정보를 북한에 정기적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은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일부 언론과 행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간첩단’ 부분의 진실은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검찰은 국정원이 수집한 자료나 단서, 정황 등을 토대로 장씨 등의 범죄 혐의를 구체화 하고 진위 논란을 빚어온 일심회의 실체 규명과 함께 조직원들로 지목된 이들의 행적 등을 밝히는 데 수사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최대 관심사는 북한 지령에 따라 일심회를 결성해 조직원을 포섭한 뒤 국가기밀을 빼돌렸다는 등 각종 의혹이 집중된 장씨에게 국가보안법 4조1항의 ‘국가기밀 탐지ㆍ수집ㆍ누설ㆍ전달 또는 중개’ 혐의 등을 더해 이른바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

다른 구속자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장씨를 통해 북한에 실제 넘겼는지, 이를 입증할 물증이 있는지 등이 핵심 조사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세간에서 이번 사건이 장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고 5명 중 일부는 ‘간첩’ 혐의가 더해지고 나머지는 의혹을 완전히 벗을 것이라는 등 이런 저런 추측이 흘러나오는 점 등을 감안해 기소 시점까지 수사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수사도 쉽지 않을 듯 = 구속자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일부는 단식 중이어서 검찰로서도 이들의 ‘입’을 통해 사건 전모를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씨는 혐의를 일부 시인하다 변호인을 면담한 뒤 태도를 바꿨고 나머지도 변호인 등을 통해 사업차, 또는 휴가차 중국을 방문했으며 ‘일심회’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장씨가 조직원들을 포섭해 각종 정보를 수집한 뒤 북한으로 보낸 정황 등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이들 상황이 증거능력을 갖춘, 실제 현실화된 것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어떤 사건보다 보안 유지가 필요한 대공 사건임에도 수사 내용이 새나가 언론에 보도되고 피의자와 변호인이 이에 맞춰 대비할 수 있다는 점, 국정원장이 나서서 언론에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한 점,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주시하고 있는 점 등도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검찰은 공소 유지 및 유죄 입증 등의 책임이 있는 만큼 기소 때까지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간첩’이나 ‘간첩단’ 등의 용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안사건은 증거 찾기가 쉽지 않아 북한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의혹을 파헤쳐 진실과 실체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 과거엔 ‘간첩’ 관련 사건의 경우 자백, 심증, 상황논리 만으로도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증이 없으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없을 정도로 수사 환경이 확 변했다.

과거 간첩사건들이 줄줄이 무죄로 재조명되는 것만 봐도 유죄 입증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송두율 교수는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돼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사실이 증명되지 않아 이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도 노동당 가입 여부, 북한 공작금 수수 및 ‘조국통일상’ 수령 진위, 지령 및 임무 수행의 실체, 암호화된 대북 보고 문건의 증거능력이나 국가기밀 여부 등이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 거리가 될 가능성이 많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장의 ‘간첩단’ 발언과 피의사실 공표,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의 피의자에 대한 ‘관타나모 수용소 이첩’ 위협 등도 법정에서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동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공안당국이 구속영장 이외에는 자료를 주지 않아 구체적인 혐의는 잘 모르지만 재판에서 철저하게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정치권과 보수ㆍ진보 시민단체가 또 ‘축소’, ‘기획’, ‘과장’, ‘표적’ 등의 단어를 동원하며 장외 공방을 벌일 공산도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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