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법정서 치열한 진실공방 예상

검찰이 `일심회’ 사건의 관련자 5명을 `간첩’ 혐의로 일괄기소하면서 이제 법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일심회’ 단체를 최근 적발된 최대 이적단체로 규정했지만 관련자들은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피의자들은 그동안 공안당국의 수사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해 왔고 20여명으로 구성된 공동변호인단도 그동안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따라서 주요 법정 쟁점은 `일심회’라는 조직이 실제 존재했는지, 이들이 북한에 자료를 넘겼다면 간첩죄가 적용되는 `국가기밀’ 범위에 해당하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일심회’ 실체 있나 = `일심회’ 조직의 실체 여부는 구속된 장씨 등 5명이 간첩활동을 했는지를 가늠하는 열쇠라는 점에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장씨가 북한에 들어가 노동당에 가입한 뒤 지령을 받아 일심회를 조직하고 조직원들을 포섭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도록 주선했다고 결론냈다.

장씨를 총책으로 일사불란한 지시ㆍ명령 체계를 갖추고 지령에 따라 국가기밀을 수집, 북한으로 넘겼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심회’를 여러 명의 조직원이 다시 개별적으로 조직원을 끌어들여 자신의 하부 조직으로 배치하는 일종의 피라미드 형태의 복선포치형(複線布置型)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장씨 등 5명은 `일심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도 “이들은 `일심회’라고 하는 조직의 실체는 물론이고 명칭 조차도 몰랐다고 주장한다”며 법정에서 `일심회’의 허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는 검찰이 `일심회’를 정확한 증거없이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일심회의 진실은 검찰이 법정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장씨를 제외한 다른 4명이 중국에 가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더라도 일심회 관련 사실을 몰랐다면 국가보안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

검찰은 장씨외 다른 4명이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으로 결론짓고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상 회합 및 통신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변호인단은 이를 지나친 법 적용으로 보고 있다.

일부 피의자는 중국에 간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는데다 이들이 중국에 갔다고 하더라고 북한공작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만났다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해당될 뿐 국가보안법의 적용 대상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북한 주민 등과 회합ㆍ통신 등 기타의 방법으로 접촉시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장씨가 간첩 역할을 했다면 나머지 4명이 그 사실을 몰랐는데도 똑같이 간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도 쟁점이다.

장씨는 나머지 4명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다른 4명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정에서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가기밀’의 범위는 어디까지 = 장씨가 나머지 4명으로부터 시민단체 및 정당 동향 등과 관련된 `기밀급 정보’를 건네받아 북한에 넘겼다 해도 이 자료가 `국가기밀’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도 또 다른 공방의 대상이 된다.

검찰은 현행 법과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장씨 등이 북한에 넘긴 자료가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지만 변호인단은 우리나라의 `국가기밀’ 범위 자체를 지나치게 넓게 보고 있다며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안법과 형법에서 각각 간첩죄를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립된 판례에 따라 간첩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 판례에 따르면 국가기밀은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며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은 종전에는 “공지의 사항이라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는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면 국가기밀에 속한다”로 판단했으나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 등을 감안해 1997년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신문ㆍ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수집한 내용은 공지의 사실에 속하는 것이므로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후 법원은 총선과 관련한 정당 및 재야단체들의 입장, 14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대통령 후보들의 성향,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은 국가기밀이 아닌 반면, 재야단체의 구체적인 동향과 사업계획안 등은 국가기밀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9월 지도층 인사의 신상정보가 망라돼 있는 한국인명사전과 언론사 연감, 첨단이론이 수록된 정보보호학회지 등을 국가기밀로 판단했고 앞서 8월에는 한국국방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변화방향 등의 게시자료를 대남 공작원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다른 나라는 국가기밀을 `군사기밀’로 한정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지나치게 넓게 판단해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 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면 우리 사회도 많이 바뀐 만큼 법원이 이제는 국기기밀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축소해서 해석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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