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대북 보고 작성’ 3대 가설

‘일심회’ 총책으로 지목된 장민호(44.미국명 마이클 장)씨의 소위 ‘대북 보고 문건’에 3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놓고 검찰 주변에선 3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장씨와 함께 구속된 4명 이외에 국회의원 보좌관, 시민ㆍ사회단체 간부 등이 포섭 대상으로 거명된 데 이어 수사 과정에서 장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 현직 변호사, 청와대 비서관 등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문건에 이름이 적힌 당사자들은 장씨와 관계를 완강하게 부정하는 것은 물론 등장 경위를 전혀 알 수 없다며 펄쩍 뛰고 있고 공안당국도 이들의 대공 용의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탓에 대북 보고서 작성을 둘러싼 다양한 가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안당국도 이러한 가설을 의식한 듯 장씨가 다른 일심회 조직원을 통해 386출신 인사들에게 우회적으로 접근했거나 취득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문건에 이름을 고의로 넣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북 보고서 작성 3대 가설 = 첫 번째 가설은 장씨가 실제 조직원을 일부 포섭해 이들을 통해 개인적 친분과 운동권 경력 등을 내세워 보고 문건에 거론된 인사들에게 접근시킨 뒤 중요 기밀을 빼냈을 가능성이다.

이 시나리오는 보고 문건에 등장하거나 포섭 대상자로 거론된 일부 인사들은 장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극구 부인하면서도 다른 구속자는 직접 또는 간접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동기나 친구 등 개인적 친분이나 과거 학생운동 동참 경력 등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연결 고리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가설은 일부 구속자가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과 사석에서 우연히 취득한 중요 정보나 우회적으로 전해들은 국가기밀급 얘기, 정치권 등에 떠도는 풍문 등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장씨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제3의 가설은 장씨가 이른바 대북 보고 문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386인사 등의 지위와 역할을 파악한 뒤 이들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내용을 북한에 보고하면서 당사자의 이름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남파간첩 김동식이 대동월북하려 했던 고정간첩은 10여 년간 북한에 보고한 문건에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한 번도 접촉한 적도 없는 인물의 이름을 적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공안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이러한 가설들이 나름대로 논리를 갖춰가며 검찰 주변에서 나돌고 있으나 장민호씨 등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혐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보고 문건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데다 공안당국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진위 여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 당사자들은 ‘펄쩍’ = 장씨의 포섭 대상으로 거론됐거나 대북 문건에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 인사들은 장씨와의 관계나 일심회 사건 연루 의혹을 하나같이 부인하고 있다.

장씨 등의 공동 변호인으로, 장씨 문건에 이름이 여러 번 올랐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피의자 접견을 금지당한 김모 변호사는 “구속자 5명의 1년 이상 통화 기록에 나의 집이나 휴대전화, 사무실의 전화번호가 단 1번이라도 나온다면 덜 억울하겠고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항변했다.

그는 “장씨에게 본인이나 여러 변호인이 확인한 바로는, `단지 대상자로서 계획에 불과했고, 그나마 검토 결과 포섭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본인이 알고, 본인이 연루됐다는 것의 전부다”고 강조했다.

장씨 문건에 실명이 적힌 것으로 언론에 최근 보도된 청와대 비서관도 본인이 거명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장씨 메모에 이름이 적혔거나 장씨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언론에 오르내린 인사들도 한결같이 장씨를 친구나 대학 동문 등으로 알고 지냈거나 IT 전문가로 소개받아 만났을 뿐이고 포섭 시도 등 이상한 낌새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변호사 이름이 들어있는 것과 관련, “변호를 계속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접견을 제한했다”고만 밝혔고,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우리(검찰)가 갖고 있는 자료에는 비서관의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장씨로부터 압수한 메모나 문건에 사회 중추 역할을 하는 각계 인사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점에 비춰 공안당국의 향후 수사는 일심회 사건에 이들이 과연 연루됐는지를 규명하는 쪽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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