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규모 탄광지구 중 하나인 안주탄광연합기업소의 일부 탄광이 최근 한 달이 넘게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주탄광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되는 탄은 화력발전소 연료로도 쓰이고 있어 현재 주변 지역 전기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안주탄광연합기업소의 일부 탄광 갱에 물이 차 생산이 중단됐다”며 “전기가 안들어와서 갱에 물이 차는 경우가 예전에도 가끔씩 있었지만 이번처럼 한 달 넘게 생산을 못하고 있는 경우는 고난의 행군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서호, 태향 탄광 등 바닷가와 가까운 탄광에 침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갱도 안으로 지하수가 스며들거나 장마철 폭우로 갱도가 침수되는 일은 탄광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고다. 때문에 어느 탄광이든 양수기, 발전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탄광에서 전기가 끊길 경우 작업중 대형 사고가 발생하거나 갱도 침수에 즉시 대처를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탄광만큼은 항상 전기를 보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의 주요 탄 생산지인 안주탄광의 갱이 침수되는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공급이 안 돼 생산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전력 사정 악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평안남도 청남구에 있는 안주탄광연합기업소는 대규모석탄생산기지로 안주탄광에서 생산하는 석탄 대부분은 북한의 전력 생산 및 화학 공업의 원료로 사용돼 왔다. 때문에 안주탄광연합기업소는 북한의 전력 및 공업 원료 뿐만 아니라 경제 개발에도 큰 의미를 갖는 주요 기업소로 간주된다.
소식통은 “이번에 침수된 탄광에서 주로 갈탄을 생산하는데 중화학공업과 청천강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공급이 된다”며 “안주탄광에서 석탄 생산이 중단되자 청천강화력발전소는 개천에서 생산된 탄을 받아 썼는데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아 청천강화력발전소의 전력을 사용하는 남흥화학공장까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안주탄광연합기업소의 석탄 생산 중단이 다른 산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소식통에 따르면 뒤늦게 중앙에서 파견된 간부들이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갱 침수가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돼 사실상 폐광될 가능성이 높다.
탄광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탈북민은 “갱에 물이 차면 즉시 물을 끌어내야지 침수가 진행된 이후에는 폐광 수순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침수 이후에는 배수 작업이 쉽지 않고 탄이 젖은 상태로는 생산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안주탄광연합기업소에 소속된 직원은 2만 명에 달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석탄 수출이 중단된 이후 생산이 감소하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안주탄광연합기업소에 출근하는 종업원은 5000명도 안된다”며 “원래 인원의 1/4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구가 줄자 탄광 주변의 마을이나 상점도 활기를 잃었다”며 안주탄광지구의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