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가 14일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 김철호 외무성 아시아국 일본 담당 부국장이 순안공항에서 그를 영접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1월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 예선 북일전 당시 외무성 직원이 일본 응원단의 안전 문제로 북한에 간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양국은 지난해 8월 4년 만에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 간 협의를 재개했다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중단된 바 있다.
이번 방북에 대해 아베 정권이 정체된 북일 관계를 타개하면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지마 참여의 외교적 중량감에 비춰볼 때 아베 총리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 등을 가진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지마 참여는 지난달 TV 프로그램에서 “총리가 전격 방북할 수도 있다. 납치문제의 진전을 기대해도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이 손해될 게 없다. 중국까지 유엔 제재에 동참하면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으로선 일본을 통해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과 납치문제 협상을 통해 상당한 배상금을 챙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15일자 노동신문은 “(일본은)국가적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을 해야 했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번 방북을 받아들인 의도가 한·미·중·일 4개국의 대북 공조를 흔들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린 데이비스 미 6자회담 수석대표의 한·중·일 3국 순방에 맞춰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을 받아들여 대북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일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국제 공조를 깨고 아베 총리가 자신의 핵심 측근을 평양에 파견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15일 “중국조차 대북 제재에 나서는 판에 일본이 단독 행동에 나설 경우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