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北 기살려준 김만복의 ‘엉뚱 논리’

노무현 정부시절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가 명백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물었다. 사격훈련 중지 경고를 무시했다는 이유다. 북한 정보를 다루며 대한민국 안보를 최일선에서 책임져온 국가기관의 수장이었던 그의 발언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김 씨는 친북 성향의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연평패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작년) 11월 23일 오전 북측은 한국군의 해상사격훈련은 ‘사실상 북에 대한 공격행위’라는 항의성 경고문을 몇 번이나 보냈다. 그러나 한국군은 예정대로 11월 23일 오후 2시 5분까지 사격훈련을 했다. (그 직후인) 2시 34분에 북한은 연평도에 150발의 포를 쐈다”고 기술했다.


연평도 포격이 북한의 경고를 무시해서 발생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불의의 폭력배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한 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호신술을 연습하자 폭력배가 ‘운동하지 말라’ 경고했다. 그런데도 호신술을 계속 연마하자 폭력배는 ‘흉기’를 휘둘렀다. 경고를 듣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폭력배의 폭력을 예방하고 저지해야할 책임이 있는 이는 ‘피해자가 폭력을 유발했다’며 폭력배의 손을 들어줬다. 다소 비약이지만 김 씨의 논리가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집단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위치에 있었던 그가 사실은 외면하고 오히려 국론분열까지 획책하는 꼴이다.


김 씨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들 중 30%만 이 정부의 조사결과를 믿는다”는 설문결과를 내세우며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영국 등 국제사회의 전문가가 참여해 명백한 증거까지 제시한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정보를 다뤘던 인물이 과학적·객관적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음지에서 ‘화해와 협력의 이미지 창출’에만 신경써온 과거 정보원장다운 발상이다.


김 씨는 또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의 한반도 상황은 지난 10년간의 진보정권의 대북포용 내지는 화해협력 정책의 부메랑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북한붕괴론을 확신, 남북관계를 악화시켜온 결과’라는 평소의 생각을 더 확신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등 기존 남북간 합의(10.4선언) 이행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역사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에 촉구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성사시킨 그다운 발상이다. 당시 그는 폭군(暴君) 김정일에 90도로 허리를 굽혀 ‘굽신 만복’이라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임기 안에 역사적 소임을 다하라’는 김 씨의 주장은 최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북한의 최근 남북관계 상황인식과 그의 시국관은 대동소이하다. 


국가정보원은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情報)·보안(保安) 및 범죄(犯罪) 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하의 국가기관이다. 한때나마 이 같은 중책을 맡는 국가기관의 수장으로서 우리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 위해를 가한 집단(북한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준다. 전직 국정원 수장이 언론의 자유에 기대어 노골적으로 북한의 주장에 편드는 행위를 하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윤리도 망각한 행위다. 혹시 과거 자신의 정치적 소신(小信)이 정당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였다고 하더라도 도가 지나쳤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연평도 희생자의 영전에 떳떳할 수 있을 것인가 묻고 싶다.


최근 북한의 대화공세가 매섭다. 전 방위에 걸친 공략이다. 남북협력 기구 등은 ‘만나자’는 일방적 구애를 연일 통지하고 있고, 당국의 나팔수인 우리민족끼리 등 매체들은 과거 ‘김일성의 교시’까지 내세우며 대화를 종용하는 형국이다. ‘진정성이 없다’ ‘남남갈등 도모’라는 남쪽의 여론에 전혀 귀 기울임이 없다. 어차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손해 볼게 없다’는 식의 공세다. 이는 김 씨와 같은 햇볕세력과 친북세력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판’만 만들어 주면 알아서 자신(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니 기세가 여전한 것이다. 김 씨의 자성(自省)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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