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폭파 이벤트 말고, 함께하는 비핵화로 가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서명한 뒤 가진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8.9.19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 핵폐기에 필요한 의미 있는 합의내용이 담길 것인가’였다.

선언문에 담긴 비핵화 합의는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폐기한다. 둘째,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두 번째 조치는 미국이 6‧12 북미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에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결국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조건 없이 약속한 조치는 동창리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이 마지막 협상 대상이었던 핵사찰과 (미사일)시험장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를 허용했다”며 일단 환영했다. 다소 과대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 동안 만든 핵무기는 몇개이며, 언제 폐기한다는 것인지, 영변 플루토늄원자폭탄 제조시설을 폐기한다면, 우라늄농축원자폭탄 제조시설은 어디에 몇 개가 있으며, 언제 폐기한다는 것인지, 중장거리미사일은 몇 개이며, 어디에 있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몇 개이며, 언제 어떻게 폐기한다는 것인지, 북한은 말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동창리 시설 폐기는 전면적인 핵폐기나 사찰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일방적인 또 하나의 이벤트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선언문에 담긴 북한의 조치가 멈춰있는 북미비핵화 협상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지켜야할 상식적이고도 기본적인 원칙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첫째는 ‘행동’의 원칙이고, 둘째는 ‘함께’의 원칙이다. 북한 핵폐기는 선언이나 의지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것이 행동의 원칙이다. 북한 핵폐기는 반드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핵폐기 대상을 정하고, 폐기 행동 시간표를 만든 후, 그에 따라 순서대로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함께’의 원칙이다.

지난번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나, 이번 선언에서 약속한 동창리 핵실험장 폐기는 국제사회와 협의해 공동으로 마련한 핵폐기 행동 시간표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북한이 정한 일방적인 조치일 뿐이다.

‘함께’의 원칙에 따라 핵폐기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북한 당국은 우선 자신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제조 시설, 핵실험 시설, 핵보관 시설 등 일체의 핵시설과 핵관련 장비 내역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신고해야 한다. 다음, 무기와 시설, 장비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폐기하고, 검증할 것인지, 미국 및 국제사회와 협의해 행동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대단히 쉽고 분명한 ‘행동’과 ‘함께’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인 폭파 이벤트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착각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제제재 해제와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