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남북관계는 북한의 ‘럭비공’ 행보로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상반기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 조성과 함께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던 북한이 하반기 들어 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는 화해 제스처를 보이다, 이산상봉 행사를 일방 연기했다. 이후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 등 대남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와 관련 국제화와 3통문제 등에 대해 ‘일방연기’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불과 한달여 전에 남한과 합의한 내용을 보이콧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보여온 ‘일방 약속 깨기’ ‘몽니 부리기’ ‘생떼 부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합의 당시 북한이 대내외적인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약속을 일방적으로 깰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김정은의 대외전략 부재과 경험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사안을 일방 파기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 ‘득’보다 ‘실’이 현저히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내준 북한이 주도권 회복과 남한의 대북정책을 흔들기 위해 이러한 럭비공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개선이 실리적 차원에서의 이득이 있지만 남북관계 경색을 통한 대내외 프로파간다(선전)에 북한이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데일리NK에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변수가 없는 한 남북관계는 당분간 교착 국면을 지속할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도 최고 존엄을 내세우는 만큼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은 애초 박근혜 정부를 길들이고자 하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압박을 통한 긴장유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권안정이라는 전략적 목표 아래서 남한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올해 남은 기간 종북좌파에 대한 지원사격에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남북관계도 희망적이지 않다”며 “그럴수록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북한의 비핵화 가속화에 좀 더 역량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근 중국과의 관계진전에 따른 자신감으로 북한이 ‘럭비공’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일 이후 이상 기류를 보였던 북중 관계는 고위급 인사 파견을 통해 6자회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과거의 동맹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일부에서는 북한이 달러 확보나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남한관계 개선은 중국과 미국을 향한 화해 제스처 성격이 강하다”면서 “북한의 1차 관심 대상은 중국이기 때문에 북한의 진정성 있는 남북관계 개선 행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