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자들이 왜 ‘반전평화’ 선언을 했을까?

▲ 27일 인터넷언론인들이 ‘반전평화’ 선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NK

인터넷기자협회와 인터넷언론인포럼 등 150여 명의 인터넷 기자들이 27일 대북제재 철회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반전평화’ 선언을 했다.

이날 참석한 인터넷 매체들은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중의 소리 등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매체들 소속 기자들이 개인 서명 형식으로 다수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언론매체가 지면을 통한 사실보도와 여론형성의 본류 기능을 벗어나 거리에서 ‘정치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하기 힘들지만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이들이 내건 ‘반전평화’라는 슬로건의 내용이었다.

이들은 “유엔을 앞세운 미국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며 “긴장과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전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전쟁을 부를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6자회담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없애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상대방의 목을 조르면서 말로는 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제재를 풀고 나서야 한다”며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쟁을 막아)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는 것은 이 시대 언론에게 주어진 책무”라며 곧 전쟁이라도 날 듯한 발언도 했다.

더욱이 이날 행사가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어 ‘반미시위’라는 사실을 뚜렷이 했다.

그러나 이날 선언의 내용을 보면 우스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슬로건 자체로 보면 ‘반전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이야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인 북한 핵은 쏙 빠지고 ‘결과’인 유엔 대북제재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누가 봐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었다. 만약 슬로건이 ‘한반도 반핵반전’이었더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미국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지금까지 한결같이 주장해온 내용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반핵반전’이라면 또 모를까…

문제는 이들이 북핵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북한 핵은 수십 년간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진행해오다 80년대 말부터 IAEA 등 국제기구의 우려와 경고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협상과 대북지원이 있었음에도 끝내 핵보유국으로 간 ‘김정일의 작품’이다.

그런데도 이날 인터넷 기자들은 ‘원인’은 도외시하고 유엔의 제제만 문제삼아 있지도 않은 ‘전쟁 위험’ 발언까지 했다. 정확한 사실확인과 근거 제시라는 언론인의 직무를 망각하고 3류 정치인들의 정치선동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한 것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핵개발을 시작한 북한은 구소련이 붕괴하고 중국마저 사회주의를 포기한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 핵개발에 나섰다.

그후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하고도 10년이 넘도록 몰래 핵개발을 추진해 왔고,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 결과는 ‘북한 핵실험’으로 돌아왔다. 2002년 10월 핵개발 시인부터 2005년 핵보유 선언, 올해 10월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으로부터 심하게 뒤통수를 후려 맞아야 했다.

22일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핵을 포기하려면 왜 만들었겠나?”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의도가 ‘핵 보유’였음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이 정도의 기본 상식이 있다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만하다. 당연히 ‘반전반핵’이 슬로건이 돼야 하는 것이다.

기자가 왜 정치행위에 뛰어드는가?

또 설사 ‘반전평화’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9.19 공동성명 이행을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해서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이 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북제재 따위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또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긴장과 대결’ 국면을 초래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고 나선 것은 위기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또 국제사회의 제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두려워 북한 핵을 계속 방치한다면 훨씬 더 나쁜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전쟁을 부를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것은 그 논리적 오류는 물론이려니와 이들이 얼마나 북한 핵에 무지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이날 선언은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이들 중에는 무조건 김정일 정권을 옹호하고 그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일부 친북좌파들도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친북단체들은 무조건 북한당국을 따라하는 ‘반미친북’이 존재이유다.

사실과 근거제시도 무시한 채 무조건 미국을 전쟁론자로 몰고, 북한과 무조건전 유화정책만을 전쟁을 막는 유일한 방법으로 호도하는 이들에게 ‘기자’라는 이름을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자는 이날 행사를 보면서 이들이 진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를 위해 ‘반전평화’선언을 한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내년도 대선을 겨냥하여 내놓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오도된 정치 슬로건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싸움을 벌인다 해도 기자들은 사실확인과 근거제시가 먼저다. 이를 망각하고 기자가 정치행위에 직접 뛰어들면 기자의 존재이유도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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