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던 제강소 기술책임자, 무산광산 노동자로 쫓겨나…왜?

북한 노동자들이 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제강공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함경북도 김책시 소재 성진제강연합기업소(이하 성진제강소)의 기술책임자가 최근 당국이 제시한 철강생산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가족과 함께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일 성진제강연합기업소 당위원회의 결정으로 기술발전 부기사장(기술책임자)인 50대 김모 씨가 해임·철직돼 가족들과 함께 무산광산 노동자로 쫓겨났다”며 “우리 식의 새로운 기술적 혁신이 없어 지난 3년간 국가 철강생산에서 계획미달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기술발전부 기사장이 지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는 김책공업종업대학을 졸업한 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최대 제철소인 김책제철소 주체철 개발생산팀에서 현장기사로 일하며 여러 공로로 국가수훈까지 받은 우수 기술자이자 인정받는 수재였다.

그러나 그런 김 씨가 철강생산 부분에서 국가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추방당한 것은 결론적으로 보면 소위 ‘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뒤에서 받쳐주는 세력이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배경이 없는 김 씨가 독박을 쓰게 됐다는 말이다.

성진제강소 지배인은 접견자 즉, 최고지도자를 직접 만난 사람이라 당위원회에서 함부로 할 대상이 아니었고, 부지배인들과 관련해서는 ‘생산경영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당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

또 공장 참모부인 기술부의 기사장 역시 접견자라는 점이 면책의 사유가 됐고, 생산부의 기사장은 그의 아들이 차광수비행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공군 개천1사단에서 추격기 비행사로 근무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때문에 추방된 김 씨의 친구들과 제강소 공장 생산·기술과 일군(일꾼)들 및 노동자들 속에서 ‘아까운 기술 인재가 힘이 없어 억울하게 밀려났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진제강소가 몇 년간 국가 생산 계획을 채우지 못했다는 사실은 최근 대북제재 등의 여파로 무산광산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철광 매장량이 풍부한 무산광산은 매년 채굴한 철광을 각종 강철 재료를 생산하는 기지들에 공급해왔는데, 성진제강소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실제로 성진제강소는 무산광산에서 들여온 철광으로 선철(銑鐵)과 강선(鋼線)을 생산해 기계공업이나 군수공업 부문에 기본자재를 공급하거나, 이를 중국 기업에 판매해 외화를 벌어왔다.

때문에 무산광산이 사실상 가동을 중단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성진제강소의 원료 수급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당국이 제시한 생산계획을 소화하지 못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조치까지 취하게 된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무산광산이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광산 노동으로 돈벌이를 하던 무산 지역 주민들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보기 – 함북 무산광산에 무슨 일이? 주민들 “고난의 행군 시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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