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9년 중순 주중 북한 대사관에 제 발로 찾아간 탈북민 한 모(20대 초반) 씨.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14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18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씨는 밀수하다 크게 빚을 졌다. 돈주(錢主)들에게 이른바 ‘빚 단련’을 받던 중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일자리를 문의하기에 이른다.
한 씨는 중국 측 부잣집 청소 도우미로 보낸다는 대방의 말에 그렇게 도강(渡江)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전개되지 않았다. 한 씨가 도착한 곳은 약속과 달리 술집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중국말도 구사하지 못했던 한 씨는 중국 돈 1만 위안(元, 한화 약 174만 원)에 인신매매 당했고 술집 지하에 갇혔다.
그러나 마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 씨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고, 돌아가야 할 고향이 있었다.
7개월 동안 갖은 수모에도 꿋꿋이 버티던 한 씨는 끝내 지옥에서 탈출했다. 그때가 2019년 여름이었다.
친척도 갈 곳도 없던 한 씨는 자연스럽게 주중 북한 대사관을 떠올렸다. 다행히 전화번호는 달달 외운 상태였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그는 울먹이면서 “저는 (양강도) 혜산에서 왔습니다. 다시 조선(북한)으로 가게 도와주세요. 집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배를 곯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냉담했다. 또한,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놨다. 이것저것 물어본 대사관 직원은 “집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 바로 공안(公安, 경찰서)으로 가서 자수하시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 씨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참을 말이 없자 이 직원은 “대사관에 들어온다고 해도 돌아가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니, 그간 당신이 먹고살 생활비를 가져와라. 그러면 좀 생각해 볼 순 있다”고 했다.
북한 대사관이 신원조회를 통해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씨를 귀찮은 존재로 여겨 신변 문제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 씨는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공안을 선뜻 믿다가는 다시 인신매매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수중에 돈이 있지도 않았다.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선택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그 시간에 술집 주인은 친한 공안과 함께 사방팔방으로 한 씨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이후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했고, 결국 한 씨는 그렇게 다시 끌려갔다.
소식통은 “한 씨가 다시 도망쳐 나오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현재 생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 “이렇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져간 조선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