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열린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은 제1비서라는 직함 대신 “당 위원장” 자리를 꿰찼습니다. 여든아홉 살 먹은 김영남이 자기 증손자뻘 되는 김정은을 당 위원장으로 추대할 데 대한 제의를 하고 황병서의지지 찬동, 당 대회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열화와 같은 박수, 만세, 환호성 속에서 3대째 권력을 세습한 “왕”으로서의 대관식을 치렀습니다. 수많은 인민들이 동원돼 요란하게 대관식을 치렀지만 그 잔치는 참으로 초라했습니다.
김정은은 자기 시대가 열렸다는 걸 선포하기 위해 이번 당 대회에서 우선 제 이름 뒤에 붙는 직함도 새롭게 고치고 조직개편도 자기 식대로 뭔가 좀 다르게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직함이라는 게 1949년 조선노동당 초창기 시절, 할아버지 김일성의 직위를 그대로 따른 겁니다. 조직개편이라는 것도 당중앙위원회 ‘비서국’ 대신에 ‘정무국’이라고 간판만 바꾼 것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번 당 대회가 당을 정상화하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있습니다. 김정일 때처럼 방침으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회의 체계를 통해 통치를 하겠다는 조치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당 회의 체계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7차 당 대회 기간 김정은에게 감투를 요란하게 씌워 그를 신처럼 떠받들기 위한 우상화놀음을 벌이는데 집중했고, 김정은에 빌붙어 살아가는 아첨꾼들이 정치국상무위원이요, 정치국위원이요 하면서 권력을 나눠 먹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입니다.
36년 만에 당 대회가 열렸지만 조선노동당은 김정은의 핵 야욕으로 인해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북한 인민의 삶은 외면한 채 변화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여지없이 묵살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고립을 가속화시키고 체제붕괴를 재촉하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세계 많은 나라 인민들은 이번 당 대회를 보면서 축하객 하나 없이 집안 굿으로 끝난 초라한 대관식이라고, 김정은이 입고 나온 양복 ‘쇼’야말로 천박한 코미디라고 비웃고 있는 것이 우연한 말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이번에 쓴 당 위원장이라는 감투가 새롭게 보이기 위해서라도 늦기 전에 국제사회가 주문하는 변화의 길을 택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김정은 본인도 살고 북한 인민도 사는 길입니다. 이것을 망각하고 계속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간부들과 인민들에 대한 통제와 처형, 그리고 그 잘난 핵만 붙들고 경제발전을 외면한다면 성난 민심은 더 이상 김정은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