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새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공연을 두고 혁신성 부족과 비현실적인 수령 신격화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평양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집단체조 공연 ‘인민의 나라’의 내용과 형식이 전반적으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앞서 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 개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개막 공연 관람 사실과 함께 “최고영도자동지께서는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성원들을 부르시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시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창조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지적했는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공연의 내용과 형식에서 각각의 지적사항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먼저 공연의 형식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아직도 ‘인해전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서는 소·중·대학교 학생들과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 등 10만여 명을 동원하는 집단체조에 대해 국제사회가 인권유린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은 공연에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혁신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장비 부족에 대해 조건타발(조건이 안 된다며 불평·불만)하지 말라고 강하게 질책했다”며 “자신이 늘 강조하는 과학기술 발전과 현대화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공연의 내용적 측면에서 ‘지도자의 위대성을 신조화하지 말고 현실적인 주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강조한 선전선동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은 당시 서한에서 “수령은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며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북한 매체들도 사설 등을 통해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언사로 현실을 미화분식하거나 대중의 인식능력과 수준, 감정정서를 고려함이 없이 주입식으로 하는 경향을 철저히 없애야 한다”, “한건의 선전선동자료를 침투해도 인민들이 선호하고 호응할 수 있게 진실성과 통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의 선전선동이 오히려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격화라는 낡은 방식의 과감한 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내용과 형식이 지난해 선보인 ‘빛나는 조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은 지난해 정권수립 70년을 맞아 ‘아리랑’ 이후 5년 만에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선보인 바 있다. 노동신문과 선전매체 메아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등의 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빛나는 조국은 서장 ‘해솟는 백두산’부터 종장 ‘우리에겐 위대한 당이 있네’까지 총 7장 17경(막)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당시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빛나는 조국’ 공연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영도로 어느덧 정권수립 70년을 맞게 됐다는 것을 시작으로 ▲항일무장투쟁승리 ▲토지개혁 ▲조국해방승리 ▲전후복구건설 ▲천리마운동 ▲국방경제병진노선 ▲3대혁명운동 등 시대별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새 집단체조에 대해 질책한 사실이 보도된 이후 공연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한이 수정된 내용으로 다시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연일정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앞서 5일 고려투어 등 북한전문 여행사는 트위터를 통해 10일부터 공연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