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5월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인력과 농자재 부족에 더해 가뭄과 농기구 부족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의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에 농업 생산과 관련된 여러 부족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올해 농작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지난 겨울에 눈이 충분히 오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 때문에 땅이 메말라 흙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비가 제때 와서 가물(가뭄)이 해결돼야할 텐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북한에서는 극심한 가뭄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가물피해막이대책을 철저히 세우자’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4월 비가 적게 내린 일부 도, 시, 군들의 많은 포전에서 밀, 보리잎이 마르고 있으며 강냉이 포기도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고 관련 피해 상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사회주의경제건설의 주타격전방인 농업전선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당면하여 가물피해로부터 농작물들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업은 없다”며 “가물피해막이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자연적인 악조건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농기구 공급에 대해서도 절실함을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어떤 (인민)반에서는 30~40여 개 정도의 (농약) 분무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낡고 못쓰게 돼 제 기능을 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고쳐서 쓴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보니 남은 것이 몇 대 없다는 것”이라면서 “그 넓은 땅에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분무기가 없으니 다들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소도 잘 먹여야 일을 할 텐데 보기에도 메마르고 가죽만 남았는데 그 소가 일해 봤자 얼마나 하겠는가”라며 “원래는 소나 뜨락또르(트랙터)가 밭을 갈아야 하는데 그것들이 부족하니까 어른들이 나가서 삽으로 밭을 갈았다고 한다. 사람이 소를 대신하는 동네도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소는 여전히 농사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농사철에는 소를 먼저 쓰기 위해 뇌물을 주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양강도 소식통은 “협동농장에서 한 개 분조에 소 한 마리씩 주고, 농민들은 그 소를 순번제로 쓰는데, 소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돈을 찔러주면 순번을 당겨주거나 밤에 개인밭(포전)을 갈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소도 밤낮으로 일하면 쉬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돈이 없어 뒤로 밀린 사람들은 (소를) 제때 쓰지도 못해 한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라면서 “어쩔 수 없이 보습(쟁기, 극젱이, 가래 따위 농기구의 술바닥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을 작게 만들어 사람이 소를 대신해 밭을 가는데, 이런 집이 아직도 많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살초제 등 농자재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적인 여건이 되는 농민들의 경우에는 사서 쓰지만, 상대적으로 살초제를 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농민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보통 밭을 세 번 맬 것을 살초제 한 번만 뿌리면 되기 때문에 살초제를 쓴다”며 “경제적 잠재력이 있는 사람은 살초제를 사서 치지만, 없는 사람들은 뙤약볕에 세 번 밭을 매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서 농민들은 당국으로부터 농기계와 각종 설비, 영농자재 등을 공급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공급체계는 무너진 지 오래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에 일부 협동농장은 자체적으로 물자를 조달해 농장원에게 자재와 기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탈북민들에 따르면 협동농장을 지원하는 농기계작업소가 농약 분무기 등 농기구를 수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함경남도 소식통은 “식량 걱정이야 늘 하는 것이지만 올해는 가물에 농기구 부족에 농사가 전보다 잘 안될 것 같아 더욱 걱정이 된다”면서 “입는 것은 줄일 수 있지만 먹는 것은 줄일 수 없지 않겠는가. 아이들에게 강냉이(옥수수)라도 배불리 먹이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데 벌써부터 심란하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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