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핵보유 인정, 미국의 자충수

3월 2일 체결된 미-인도 핵협정은 미국이 인도의 평화적 핵활동을 지원한다는 약속과 함께 인도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다양하고 막중하다. 세계전략 차원에서는 미국이 인도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핵질서의 관리’ 측면에서는 인도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함으로써 미국 스스로가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전략 이익 위해 스스로 NPT체제 훼손

NPT는 핵무기의 확산을 견제하는 ‘핵질서의 헌장’이지만, 참여를 거부하면서 핵보유국이 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이단아’들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핵을 포기하고 NPT에 가입하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핵보유국으로 공인하면 다른 NPT 회원국들에게 “우리도 NPT를 탈퇴하고 핵보유국이 되겠다”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이중 기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반확산 정책을 주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방조했고,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시 친미 반군의 기지를 제공했고 지금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동맹국이 되고 있는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저지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핵무기 단계에 접근하지도 않은 이란에게 ‘농축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원천 봉쇄’ 정책이라 할 수 있으며, 이미 핵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원천봉쇄를 돌파한 상태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받든지 아니면 핵포기의 대가로 원하는 반대급부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란이나 북한이 인도를 ‘NPT 밖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이번 협정을 놓고 이중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은 다분하다.

인도 핵외교, 배울 점 많다

인도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협정은 인도 핵외교의 쾌거를 의미한다. 독립초기 네루 수상은 훗날을 기약하면서 핵과학자들을 양성했고,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직후 국민들의 핵무장 요구가 빗발쳤지만 인도는 ‘민간부분 발전을 통한 잠재력 배양‘이라는 내실을 택했다. 하지만 1998년 핵실험과 함께 핵무장을 시작하면서 핵강국을 향한 인도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인도는 이미 40-50개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년 내에 수소폭탄을 포함한 300-4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육지발사 및 공중발사 핵무기를 폐기하고 잠수함에 의존하는 추세인데 반해, 인도는 2003년에 핵병기를 총괄하는 전략군사령부를 창설하고 육지, 바다, 공중에서 핵투사가 가능한 강대국형 ‘3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인도에게 핵강국으로 가는 대로를 활짝 열어주었다. 자체 제작한 사정거리 2,000km의 아그니(Agni)미사일, 건조 중인 핵잠수함, 대륙간탄도탄으로 변신할 수 있는 PSLV 로켓 등은 핵강국 인도의 미래를 점치게 한다.

인도의 핵행보는 한국에게도 교훈점을 남긴다. 중요한 국익을 추구함에 있어 인도가 보여준 인내와 뚝심은 으뜸가는 교훈점이다. 차별성 문제도 남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냉철한 머리로 판단할 때 한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장을 시도해서 안 되지만, 일찌감치 원천봉쇄를 당한 한국이 원천봉쇄를 거부하는 이란, 원천봉쇄를 돌파한 북한, 원천봉쇄를 돌파하여 공식 핵보유국 반열에 오르는 인도 등을 바라보면서 차별성을 느낄 뜨거운 가슴마저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또한 비정상이다.

김태우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필자약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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