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지원·교류 확대 통한 대북 개입주의 펴야

경협 및 민간교류,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의 체온계 역할을 해왔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5·24조치 발표 이후 남북교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고, 남북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북에 보냈지만 북한은 이미 떠난 버스라며 차기 정권을 기다렸다. 


박근혜 당선인은 2011년 8월 포린어페어스를 통해 신뢰구축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조건 없는 대화를 내걸면서도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는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교류나 인도적 분야는 조건부 확대, 상황에 따른 완급 조절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교류 정책은 일방적인 ‘퍼주기’로 일관됐고,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 대화정책 즉,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 박 당선인은 실패한 햇볕과 적극적 개입정책의 좌초라는 두 가지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북한은 내치에 집중하며 남북관계를 신경쓰지 못한 인상”이라며 “(우리 정부는) 인도적 문제부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취해왔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협력 및 관계 경색의 원인과 결과가 북측에 있지만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우리 대선 이후 일단 관망하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추면서 6·15, 10·4 공동선언의 이행이라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며 북측의 입장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민간교류, 인도적 지원은 순리적으로 풀어야…”김정은에겐 단순함이 유리”


북한의 아무런 태도 변화 없이 5.24조치를 풀거나 과거처럼 인도적 지원을 남북관계 개선이나 도발방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5.24조치가 새정부의 정책 활용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가 순차적으로 확대해온 민간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은 새정부가 먼저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인적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내부 주민의 식량 상황을 개선하고 정책의 활용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인도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사안과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전문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조사된 지역만큼은 개방의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된 ‘뇌물형’ 민간교류를 지양하고, 정상적인 교류를 후원하는 형태로 북한의 지식인이나 학자, 청년층의 남한 방문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를 남북대화에서 상시 의제로 제시하고, 북한 주민의 정보 자유화를 위한 교류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전문가는 “남북 교류와 관련된 제안이 다양하고, 남북 접촉면이 커질수록 김정은은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려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면서 “김정은에게 폐쇄적인 상황은 경제적으로 궁핍해도 정치적 도박은 피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국가인권위와 북한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해온 독일의 프라이카우프 방식으로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고 국군포로, 납북자들 귀환시키는 방안도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 통일부도 16일 업무보고에서 인수위 측에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금으로 지불되면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군포로와 납북자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큰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그들을 반드시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은 신중론…”南의 이익 창출에 초점 맞춰야”


남북 경협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된다. 경협이 이뤄지면 북한으로 직접 남한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 같은 자금들이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북한이 천안함·연평도·금강산 사태에 대한 입장의 변화나 남북 신뢰구축 수준에 따라 경협의 완급을 조절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초보적인 경협의 첫 단계로 중단된 금강산관광 사업과 관련된 남한의 기업들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수준의 경협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고경빈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경협이 재개되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금강산 시설에 추자를 해놓고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서 “금강산 관광 관련 사업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남북경협은 ‘기업가 마인드’로 임하면서 남한과 기업에 이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5·24조치 해제도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미 과거 정부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남북의 신뢰수준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대북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좀 더 수준 높은 경협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경협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남 의존도 상승은 그 여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경공업과 에너지 등 민생경제 회생과 관련된 사업들”이라면서 “이런 부문에서 남한의 영향력을 키우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할 가능성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