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차원 北수역 진입 관례화되나

10일 동해상에서 표류하다가 북한 수역으로 들어간 캄보디아 선적 화물선을 예인하겠다는 남측의 요청을 북측이 수용한 것은 남북간 해상 인도주의적 재난구조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10일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캄보디아 선적 237t급 수산물 운반선 씨라이온호가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가 강원도 고성군 거진 북동방 55마일 해상의 북측 수역으로 진입했다.

정부 당국은 해경의 요청을 받고 남북간 협의를 통해 북측 수역 진입을 요청한 뒤 오후 9시께 북측의 허락에 따라 250t급 경비함을 NLL(북방한계선) 북측 수역으로 들여보냈다.

북측이 화물선을 남측 해경이 예인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속초해경 경비함은 오후 10시께 사고선박에 접근해 30여분간의 예인 준비작업을 거쳐 동해 묵호항으로 예인했다. 러시아 선원 16명이 승선하고 있던 이 선박은 러시아산 킹크랩 11t을 싣고 지난 7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동해항으로 항해 중이었다.

북측은 1월에는 북측 수역인 강원도 저진 동북방 160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화물선 파이오니아나야호(2천826t)를, 2월에는 러시아를 출발한 지 3일만에 통신이 두절돼 표류하던 발해 뗏목탐사선을 구조하기 위한 남측 선박과 비행기의 영공 및 영해 통과를 허용한 바 있다.

해상에서 재난에 처한 남측과 관련한 민간선박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구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북측의 배려가 관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북측은 노동당 창건 60주년인 이날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남측의 구조요청을 수용하는 등 전례없는 신속한 모습을 보여줬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간 협조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제3국 선박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10일은 북측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라 근무를 하지 않는 날인데도 신속하게 협조가 이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북측이 최근 들어 해상에서의 인도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사례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8월 함경북도 김책시(구 성진시) 동방 58마일 해상에서 나포됐던 오징어잡이 배 신영호(29t)와 광영호(23t), 동영호(22t)에 대해 북측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남측으로 돌려보냈다.

또 같은 달 14일에는 거진 북동방 약 156마일 해상 북측 배타적 경계수역에서 표류하던 성진호를 북측 어업지도선이 조사를 한 뒤 다음 날 남측으로 보냈다.

당시 북한 해군은 선박을 정밀수색하면서 선장 최모(50)씨 등 선원 6명을 그늘에서 쉬게 하고 “경고사격해서 미안하다. 고생한다. 좋은 시기에 다시 만나자”며 식수를 나눠주는 등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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