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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라는 개념은 수백만 년 전 인류가 독립된 종으로 분화했을 때 생겼을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가 인류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발전시킨 힘이라는 점을 밝혀냈고, 상호적 이타주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권리와 의무가 존재하며 당사자들이 그 점을 인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아득한 원시 시대에 이미 권리라는 개념은 비록 원초적 형태로나마 존재했던 셈이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개념은 최근에야 나타났다. 개인은 누구든 기본적 권리들을 지녔다는 생각은 높은 수준의 추론과 깊은 도덕적 성찰을 필요로 하며, 자연히, 높은 수준에 이른 문명에서만 나올 수 있다.
인권 침해는 온 세계의 문제
인권의 기장 기본적이고 두드러진 특질은 보편성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지닌 무엇이므로, 인권은 본질적으로 보편적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나누는 모든 기준들을 초월한다. 그래서 인권과 법은 아주 가깝다. 인권은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에서 비로소 온전히 보장되고, 인권을 지키고 늘리려는 노력은 법과 법철학을 발전시킨 힘이었다. 법을 법으로 만드는 특질이 보편성임을 생각하면, 그런 친화성은 자연스럽다. 이런 사정을 지적하면서, 인테마(Hessel E. Yntema)는 고대 문명의 위대한 성취인 로마법이 본질적으로 인권의 실제적 정의(定義)라고 말했다.
인권이 아주 추상적이고 보편적 개념이므로, 그것이 개념적 실체를 또렷이 드러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인권이라는 표현이 처음 나온 것은 18세기 말엽이었으니, 자유주의 사상이 이미 잘 다듬어지고 널리 퍼진 뒤에야 비로소 나올 수 있었던 개념인 셈이다. 따라서 인권이라는 개념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위대한 성취며 우리는 그것을 보편적 가치로 아끼고 추구해야 한다.
보편적 가치이므로, 인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뿐 아니라 다른 특수한 고려사항들에 우선한다. 실제로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법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연히, 인권은 국경을 초월한다. 국제법은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와 그 시민들 사이의 관계에 간섭하지 않지만, 어떤 나라의 정부가 그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면 그런 관행은 중지되고 인권의 침해는 온 세계의 문제로 된다.
사악함을 섬기는 넋들은 모두 노예
모든 사람들이 지녔고 결코 침해되지 않아야 할 권리이므로, 인권은 인권을 실제로 앗긴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들 모두의 문제다. 인권을 앗긴 사람들을 보고서도 외면한다면, 그 불의를 시정할 길과 인권을 앗긴 사람들을 도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간으로서 그만큼 작아지는 것이다. 그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편의나 이념적 경사 때문에 인권을 침해한 세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은 지적으로는 위선을 따르고 도덕적으로는 심중한 죄를 짓는 것이다.
지금 우리 바로 이웃에 사람들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는 사악이 있다. 누구도 그 사악을 외면하거나 조장하고도 온전한 사람으로 남을 수는 없다. 쉘리가 외친 대로, “사악한 것들을 섬기는 넋들은 모두 노예들이 된다 (All spirits are enslaved that serve things evil.)”
복거일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