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과잉진압이 ‘용산참사’ 불렀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화염병과 불법시위가 용산참사의 주요인”이라는 법원판결을 뒤집는 해석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9일 용산참사와 관련해 재정신청 사건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당시의 경찰권 행사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과잉조치였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는 지난해 1월 20일 용산 4구역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약 30여 명이 ‘화염병’과 ‘새총’ 등으로 무장하고 점거농성을 벌인 남일당 건물에 경찰이 진압병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어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진입계획을 수립한 경찰지휘부는 애초 진입계획을 세울 때 농성자들이 보유한 시너, 화염병 등 위험물질의 종류와 양을 파악했고 그에 따른 예방책도 마련했으나 정작 진입작전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위험성을 도외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경찰이 제1차 진입 시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작전의 변경, 망루 내부 상황의 파악, 내부 농성자들 설득, 위험원 제거를 위한 현장 정리 등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고 무리하게 곧바로 제2차 진입을 시도했다”고 결론냈다.


이어 “경찰은 불법점거와 농성을 진압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험물질 보유여부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에 비춰 농성진압을 계속 수행할 것인지 또는 진압방법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는지 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농성을 진압해 진압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불필요한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게을리 한 채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서 농성자들의 체포에만 주력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마디로 용감한 작전이었으나 경찰관과 농성자들의 위해 또는 살상을 도외시한 무모한 작전이었다”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국가에 의한 범죄행위의 불처벌’ 현상이 발생하고 법치주의에 심대한 장애가 발생한다”며 엄중한 처벌을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은 진압 경찰들에 대한 고소 재정신청에 대한 것이지만, 용산 철거민에 대한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용산사태 사망자들은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불법 폭력행위로 맞서다 숨진 사람들이다. 숨진 농성자 5명 중 3명은 세입자도 아니고 전국철거민연합 소속이다. 전철연은 1994년 출범 이후 재개발 철거지역마다 찾아다니며 폭력투쟁을 일삼았던 단체다.


당시 농성자들은 화염병 200여개, 염산병 40여개 등을 차량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대로로 집어던졌다. 점거 건물 망루 속에선 쇠파이프 250개, 시너 70여통, 염산 20L짜리 2통 등이 발견됐다.


이들이 진압 경찰에 던진 화염병 불길이 인화물질에 옮아붙어 화재가 났고 결국 경찰 1명과 농성자 5명이 숨졌다. 법원은 이런 혐의로 기소된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 9명에 대해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했다”며 전원 유죄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아무리 절박해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무집행 중인 경찰을 향해 위험한 화염병을 던진 것은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위로 법치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무리한 진압이 참사를 불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강대로변 건물에 무단 침입해 행인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농성을 벌이는 농성자들을 신속하게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특공대를 조기에 투입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인정했다.


이 같은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진압해야 한다” “농성자들의 체포에만 주력했다”며 경찰의 주의의무 위반을 문제 삼은 것은 향후 ‘불법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김태훈 인권위원은 “인권위는 일부 경찰관들이나 소방관의 단편적 진술만을 근거로 막연히 공권력 행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있다,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인 위원회로서는 취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도 편파적인 판단”이라면서 반대의견을 냈다.


김 위원은 다수의견에 대해 “‘떼법문화’를 조장함으로써 ‘인권위가 오히려 인권 선진국으로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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