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北인권 공식입장 재검토하라”

▲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이 확정된 11일 인권위 전원회의 ⓒ연합뉴스

북한 지역을 조사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의 공식입장이 발표되자 북한인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위한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지 3년 만에 나온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인권 NGO 관계자들과 각계 인사들은 “북한인권문제는 인권위가 적극 나서야 할 문제”라며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허만호(경북대 교수) 아시아인권센터 소장은 “인권위의 발표는 헌법의 영토조항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북한은 헌법3조에 의해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돼 있지만 국제법상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인권위가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허 소장은 또 인권위 위원들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원들은 교수나 재야운동가 출신으로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지식이 있을 수 있지만, 인권 전반에 대해서는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것 같다”며 “자신들이 하는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한마디로 무지의 소지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허 소장은 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에 대해 “이미 이들도 개관적 정보를 통해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 않냐”며 “김정일 체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정서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내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주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가해자인 북한 정권을 향해 문제제기를 해야 할 부분인데 왜 한국 정부에게 권고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인권위 입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북한인권문제는 유엔에서 4차례에 걸쳐 결의안이 통과될 정도로 시급한 사안임에도 인권위에서는 유독 신중한 입중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결국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 대표는 “가장 주체적으로 나서서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할 한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도 논평을 발표하고 “인권위의 이번 입장은 3년여 동안의 숙고한 결론치고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인권위의 입맛에 맞는 법률 조항만을 찾아내 북한 내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균형 잡히지 못한 결론이며,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 행위”라며 “우리는 인권위의 ‘북한인권에 대한 공식입장’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북한 전 지역에 대해 인권 문제를 조사, 연구하고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던 대한변협의 김현 북한인권소위원장은 “인권위는 당연히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면서 “인권위의 이번 발표를 전혀 납득할 수 없으며,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열리는 소위 회의를 통해 인권위의 이번 발표를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 발표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