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北수용소 인권실태 보고서 첫 발간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 인권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따라 침해사례를 분류한 ‘2009 북한인권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박흥순 선문대학교 국제정치 교수와 관련 전문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올해 4월부터 9개월 간 공동으로 조사해 작성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2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08년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해 보편적인 조사를 벌인 적은 있지만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구체적인 인권침해 주제를 분류하고 국제기준에 따라 평가한 보고서 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현황 ▲탈북자 강제송환 실태조사 ▲북한 형법의 적용실태 ▲북한의 국제인권규범 이행 실태 ▲정치범수용소 관련 외국 유사사례로 주제를 나눠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문헌분석과 심층면접조사, 설문조사, 중국 현지 방문을 통한 실태 조사 등의 조사방법이 동원됐다. 이번 조사에는 정치범 처벌실태 및 정치범 수용소 관련 정보와 이해를 가진 탈북자 322명과 강제실종 목격자를 포함 수용소를 체험한 17명을 각각 설문 및 면접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 심층면접조사에 참여한 대상자 17명은 모두 정치범수용소를 경험했다. 이들은 수용소 11호, 12호, 13호, 14호, 22호 등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주로 1967~2006년에 수용소를 체험했고 각각 수용자와 경비대, 보위원, 가족관계자 자격으로 수용소 생활을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크게 둘로 나뉜다. ‘완전통제구역’으로 한 번 수감되면 출소할 수 없는 종신 수용소이고, ‘혁명화구역’은 일정기간 동안 강제노동을 한 후 수형 기간이 종료되면 석방되는 수용소다.


현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관리 하에 있는 정치범수용소 5곳 중 요덕수용소 일부만 혁명화구역이며, 그 외의 모든 정치범수용소는 완전통제구역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운영된 정치범수용소는 신설과 이전, 폐쇄와 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 6곳(북창수용소 포함의 경우)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약 20만 명이 수용됐다고 알려졌다.


20만 명의 수감자들은 개인적 사유 혹은 연좌제로 구금됐다. 보고서는 “구금된 사유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35.7%가 연좌제로 나타났다”며 “가장 높은 비율은 정치범 48.3%지만, 미상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미상의 상당 부분은 연좌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좌제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8호에 수감됐던 한 탈북자는 “아버지는 장가를 갔는데 어머니랑 같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들어왔어요. 무슨 정치범 사건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고, 친할아버지 문제로 그렇게 됐어요. 아버지가 왜 들어왔는지 정확히 모르고, 제가 그 안에서 태어났어요. 저는 죄인의 자식이라는 것은 생각을 안했어요. 죄인의 자식이라는 것도 몰랐어요”라고 증언했다.


정치범수용소 내부 관리체계와 수감자 인권실태, 일반주민의 인식 등을 다룬 보고서는 “실태조사 결과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북한인권침해의 결정판임을 재차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다음으로 2006년 이후 강제송환을 경험한 32명을 면접조사하고 중국 내 현지 실태 조사를 병행해 ‘강제송환 실태’를 분석했다.


강제송환 관련 최근 3년의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는 “북한은 강제송환 탈북자의 경우 중국을 통해 이감절차를 거친 후 형식적이나마 사법절차를 행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의적인 폭력행위와 처벌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을 볼 때 이 법은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형사법제와 적용 실태와 북한에서의 국제인권규범 이행 실태 조사를 다룬 장에서도 북한은 체계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은 지배도구로서 법의 기능을 강조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법을 통한 인간의 기본적 인권 보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연례인권보고서 제출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에 적극적인 방어를 하고 있으나 그 제도가 실제와 일치하는가에 대해서는 실증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북한은 현재 가입하고 있는 A규약, B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과 가입·비준하고 있는 아동권리협약상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치범수용소 관련 외국 유사사례를 분석한 장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소련, 중국과 유사하게 연좌제를 적용하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법 절차 없이 언제든지 죄목을 붙여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한 교정과 재활이 없이 사회적 격리라는 명분만 강조하는 곳은 북한 뿐이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정치범수용소의 경우 완전통제구역의 해체를 단계적으로 접근해 수감자의 생명위협 상태를 개선해야한다”며 “수감자의 타 지역으로의 이주와 이동을 제외한 생활의 제반영역에서 수감자에게 북한 일반주민과 같은 대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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