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법은 필요에 따라 ‘쥐었다 펴는 고무줄’ 규정?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1일 북한지역에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는 조사대상이 아니다는 공식결론을 내린 근거로 제시한 국가인권위법 제 4조 적용범위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경환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 3조는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제법상으로 볼 때 북한은 엄연히 국적을 지난 타국”이라며 “이런 ‘잠정적 특수상황’을 감안해 북한을 조사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은 지난해 말 이미 내부토론을 통해 결론이 난 것으로, 이후 1년간 북한인권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위원장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가인권위법 4조 적용범위에는 ‘이 법은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인권위는 북한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것인가와 대한민국 영역이 규정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논란을 벌여왔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헌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인권위법의 ‘영역’에 대한 해석도 헌법의 ‘영토’ 규정에 부합하게 해야 함에도 인권위가 북한인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북한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물론 북한을 탈출하여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도 국내법상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여야합의로 통과돼 올해 6월 30일부터 발효된 남북관계발전법에도 남북관계를 국가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면서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인도적 문제 해결과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한다’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규정은 북한인권개선 노력을 법률적으로 명시한 부분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소속 한 변호사는 “헌법 3조 영토조항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북한 주민은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국가인권위가 ‘월권’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탈북자가 국내 입국하면 별도의 국적취득 절차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되는 것도 이러한 법 조항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에 대한 해석권한을 헌법재판소에서 인권위로 이월해야 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안 위원장이 국제법상으로 볼 때 북한은 엄연히 국적을 지닌 타국이라는 해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제적 합의기구인 유엔에서 총회를 열어 북한인권실태를 조사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는데도 안 위원장의 국제법 거론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준범 회장은 지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인권위법에서 적용범위를 헌법의 ‘영토’ 조항과 다르게 ‘영역’이라고 표현한 것은 필요에 따라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인권을 회피하기 위해 인권위법 적용 범위를 ‘실효적 범위가 미치는 범위’로 제한하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