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결의에 유연한 北 노림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인권결의안 찬성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비난을 표시한 반면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강도를 다소 누그러뜨린 반응을 보였다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적대세력들이 이번에 또다시 조작해낸 인권결의를 우리 공화국(북한)에 대한 정치적 모략의 산물로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며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을 비난하면서도 으레 덧붙이던 ’자위적 억제력 강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억지로 일부 나라들에 ’인권올가미’를 씌우고 있는 현실은 오늘 국제무대에서 인권의 정치화, 선택성, 이중기준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부당성을 지적하는데 그쳤다.

이런 북한의 완화된 태도는 무엇보다 내달 초.중순에 개최될 예정인 6자회담을 통해 ’발등의 불’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등 금융제재 해결에 대한 기대와 대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중간선거 이후 미국에서 ’채찍’ 일변도에서 ’채찍과 당근’을 함께 쓰는 대북 정책의 조정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고려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 조기 개최에 합의한 이상 더 이상의 남북관계 악화는 6자회담 복귀 이후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면서 “한국과 중국, 미국 등의 비공식적인 의사소통도 북한의 태도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가장 시급한 BDA문제에 대해 미국의 해결의지가 확인된다면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변화로 간주하고 6자회담에 대해 신축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도널드 럼즈펠드 체제 이후 과거의 채찍 일변도에서 당근을 포함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이런 변화를 고려한 탐색과 향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북한 주민 삶의 질 향상 등을 중요시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제시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6자회담에서 핵폐기와 관련한 초기 합의가 이뤄지면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히는 것도 유인책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아직은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북한의 향후 태도를 좀 더 지켜봐야 대외정책에 변화가 있는 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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