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조문을 위해 방북길에 나선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26일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평양 방문에 앞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윤 사무총장은 또 “이 여사가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김정일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여사는 또 이날 방북에 앞서 김천식 통일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정부도 이번 민간 방북을 통해 남북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무총장은 이 여사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만날 예정인지 여부와 정부 측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가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순수한 조문”이라고 답했다.
이 여사 측 13명,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 5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된 조문단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으며,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향할 예정이다.
민간 조문 방북단은 평양에 도착해 북측 인사와 오찬을 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누구를 만날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에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초 개성 부근에서 오찬을 하고 평양을 방문한다는 계획이 북측의 요구에 따라 평양에서의 오찬으로 급하게 바뀐 것을 두고 김정은과의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조문을 한 뒤 다음날인 27일 오전 8시께 평양을 출발해 개성을 거쳐 귀환할 예정이다. 이 여사 일행은 개성공단을 방문, 입주기업들을 방문해 격려할 예정이다.
이 여사 측 일행은 이 여사와 아들 홍업·홍걸 씨, 큰며느리, 장손 등 김 전 대통령 유족 5명과 이 여사 수행원·주치의·경호관 8명으로 이뤄졌고, 현 회장 측에서는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상무) 등 현대아산·현대그룹 임직원 4명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