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방북,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사는 아니겠지만 남북 정상회담 추진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12일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의 북한 방문 성격과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역할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이 전 총리가 노 대통령의 정무특보이자 ’이심전심’이라고 할 만큼 각별한 사이라는 ’정치적 무게’를 감안하고 청와대나 이 전 총리 측근의 방북과 관련된 설명을 종합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이 전 총리의 방북 성격과 관련, 노 대통령 특사여부에 대해서는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아니다’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최고 책임자의 명령을 위임받아 갈 때 북측은 2003년 1월 임동원 특사의 경우 림동옥 통일전선부장(장관급)이 마중나온 것처럼 격식을 차린다”면서 “이 전총리의 방북시에는 최성익 민화협 부의장이 나온 것만 봐도 특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청와대와 통일부가 공식적으로 특사 가능성을 일축한데다 이 전 총리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을 비롯한 방북활동 내용을 보더라도 특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총리는 김 상임위원장 면담 이외에 주체사상탑, 국제친선전람관, 평양제1중학교, 푸에블로호 전시장, 만수대창작사 등을 참관하고 예술공연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전 총리의 이번 방북은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의지가 실린 행보는 아니고 남측 범여권의 정상회담에 대한 생각과 분위기를 전달한 것일 것”이라며 “2.13합의 후 정상회담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측도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측 분위기가 적극적이어서 ’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전 총리를 통해 남측 상황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정부 국정에 직접 참여했던 중견 북한 전문가도 “이 전 총리와 김영남 위원장의 대화가 정상회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으나 “남북 양측의 정상회담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반영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동 연구위원은 “정상회담에 대한 필요성과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양측이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정상회담에 대한) ’예스 노’(가부)를 분명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도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총리는 앞서 지난 10일 북한 방문을 마친 뒤 중국에서 “북한측과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2.13합의’ 초기단계 이행조치 기한인 60일이 끝나는 오는 4월 중순 이후에는 진행과정을 봐가면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