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4단계 통일론’ 제시

범여권 예비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는 23일 1단계 평화체제 확립, 2단계 남북경제공동체(KEC), 3단계 남북연합, 4단계 남북 합중국 내지 통일한국으로 이어지는 `4단계 통일론’을 제시했다.

이 구상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을 기본적으로 계승하면서 급격한 정치적 통합으로 직행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경제통합의 선(先)이행을 강조한게 특징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가 춘천 베어스타운 관광호텔에서 개최하는 `대륙철도와 동해선 철도연결 및 극동지역 에너지 개발 협력사업’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남북 경제공동체 전망과 과제’ 기조연설문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수립한 이후 상품.자본의 이동을 자율화하는 낮은 단계부터 노동력 이동이 가능한 높은 단계까지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진전시켜 남북한 경제를 상생 구조로 만들어 가는 경제공동체 단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간 자유교역은 심각한 무역수지 불균형을 낳을 수 있어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며 FTA(자유무역협정)가 규정한 역외가공지역을 통해 한국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방식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대륙과 연결되는 물류망을 적극 활용, 북한의 외화 획득과 경제재건을 뒷받침해야 하며 역외가공지역의 적용 대상을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 대륙과 연결시키는 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 자체의 수출.첨단산업 육성을 지원, 북한이 하청 임가공 지역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남북간 지역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총리는 “남북경제공동체가 일정 수준에 이르고 북한의 정치체제적 조건이 충족되면 남북연합 단계로 이행할 수 있고, 남북 합중국 또는 통일한국 건설도 시간 문제”며 “다만 유럽이 공동체에서 연합으로 가는데 40년이 걸린 만큼 국가체제가 다른 남북한이 연합까지 가는데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일, 베트남, 예멘 등 주요 분단국의 선례를 들며 “이들 국가 통일의 공통점은 준비 없이 단기간에 이뤄졌고 통일 후 상당기간 혼란을 겪었다는 것으로, 독일만 해도 통일이라는 분단 갈등 해결이 심각한 지역갈등을 초래했다”며 “경제 체제와 규모가 다른 상황에서 준비없는 민족공동체 복원은 재앙에 가깝다는 교훈을 얻게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시장의 대북정책에 언급, “참으로 이 전 시장 답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국제사회와 공조, 국민소득 3천 달러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상은 구체성도 없지만 구체성이 있으면 더 위험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경제개발은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지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종합적 사고와 상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전략적 과제”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해결의 길로 갈 수밖에 없으며 북핵문제 해소와 동시에, 최소한 반발짝 정도 뒤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프로세스가 시작될 것”이라며 “2.13 합의의 정상적 이행이 초읽기에 들어간데 이어 곧이어 6자회담이 속개되고 워킹그룹들의 활동이 본궤도에 오르면 외무장관 회담, 나아가 정상들의 만남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큰 기회이자 위협”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진행하고 남북경제공동체의 첫 단추를 끼울 다음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며, 차기 지도자는 이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원칙, 큰 시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