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김영남 면담 대화 물꼬 틀까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3일 자카르타 면담에서 상호 당국자 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그동안 막혔던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양측이 이날 6ㆍ15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살려 당국자 회담 등에 임한다는 의견을 교환한 데 이어 “북관대첩비를 반환받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자 회담이 필요하다”는 이 총리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동의 의사로 화답한 것은 작년 7월 이후 중단된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이 지난 8일 조류독감 방역 지원을 요청하고 산불진화용 헬기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용한 데 이어 18일에는 송환요청이 없었는데도 월북 어부를 닷새만에 송환하는 등 잇따른 유화적인 태도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양측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만나 회담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발짝 나아가 현재 남북 민간 차원에서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를 대화 재개의 발판으로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면담 결과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일단 최근 흐름에 비춰 긍정적인 조짐”이라면서 “특히 총리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격을 감안할 때 좋은 흐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북측의 이런 움직임은 대내적으로는 우선 시급한 비료 문제 등 남측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적으로는 6자회담 경색으로 장기간 고립된 상황을 열어보겠다는 취지도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농업증산을 올해 최대과제로 삼은 북측은 연초부터 적십자 라인을 통해 우리 쪽에 비료 50만t 지원을 요청했지만 관례에 따라 당국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에 막혀 이렇다할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작년 예를 봐도 정부는 2월초 제13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의 봄철 비료지원을 요청을 받고 농번기를 앞둔 4월부터 6월까지 비료 20만t을 지원했다.

남북 당국자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는 또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이날 언급했 듯이 올해가 광복 60주년과 6ㆍ15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민간 차원의 교류도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 간 대화 재개가 곧바로 장관급회담 수준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개성에서 열린 조류독감 방역 및 퇴치를 위한 접촉도 당국 간 협의의 성격을 띠었지만 실무급 접촉이었고, 양측이 이날 공감한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가 당국 간에 논의되더라도 대화의 격이 어느 정도일 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최근 태도는 한발짝씩 더 유연해지고 적극성까지 띠고 있어 이총리와 김위원장의 자카르타 회동 결과를 북측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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