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김영남 `자카르타 회동’ 뒷얘기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23일 면담 성사까지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네시아가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한의 실질적인 ‘제2인자’들이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네시아는 대화 중재역을 적극 자임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측은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등을 통해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의 면담 성사를 위한 ‘물밑 주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진(李康珍) 공보수석도 이날 브리핑에서 “회의를 주최한 인도네시아측에서도 양쪽의 의견을 계속 타진해 왔다”며 “인도네시아측이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며 인도네시아측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았다.

남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면담 성사를 위한 다각도의 움직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정부는 “할 수 있으면 하자”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결국 공은 북한으로 넘겨졌다.

북한은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의 ‘자카르타 면담’을 재차 제안받은 전날 “김 위원장의 일정이 많아 오늘은 힘들다. 위원장과 상의한 뒤 내일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따라서 이 총리를 비롯한 우리측 관계자들은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며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이때문에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 관계자들은 “면담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다 이날 오전 북한이 수용 입장을 전해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5년만에 남북간 최고위급 면담이 이뤄지게 됐다.

인도네시아측의 ‘숨은 역할’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전날 정상회의 참석자 사진 촬영 행사시 인도네시아측은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나란히 앞뒤에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하는 등 적지않은 배려를 했다 .

또한 이날 면담에서도 정상들의 양자회담장인 ‘서밋룸(summit room)’을 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측의 역할 못지 않게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전날 10여분간 환담한 것과 이기우(李基雨) 총리 비서실장이 김 위원장 별도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나 이기우 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면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전날 남북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진 잇단 접촉이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공보수석은 “면담의 주선은 누가 한 것이냐”는 질문에 “쌍방이 만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인도네시아측이 지원한 것”이라며 “누가 제안하는 과정을 거쳤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면담에 앞서 남북 양측의 국장급 인사들이 참여한 실무회의에서는 “면담 시간은 20분이지만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연장하자”, “구체적인 대화내용을 공개하지 말자”는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이 공보수석이 전했다./자카르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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