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주미대사 간담회 일문일답

이태식(李泰植) 주미대사는 15일 “북한의 위폐가 아직도 유통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미국이 증거로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열린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이 대사는 ‘북한산 위폐’라는 구체적 근거가 있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측은 북한이 위폐를 분명히 제조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협의중이기 때문에 내 판단은 유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음은 이 대사의 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 모두발언

한미동맹은 한미 양국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맹 정신에 의거, 균형있게 이익을 반영해 나가는 것이 주된 목표다.

외교란 각국이 국익 극대화를 위해 소리없이 싸우는 전쟁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동맹이라는 특수관계로 원론적 입장의 이익극대화를 동맹정신에 입각해 상호균형되게 반영해야 하고, 이 것이 동맹이 해나가야 하는 일이자, 과제이고 목표다.

몇가지 동맹사안을 보면 그동안 (참여정부) 3년 가량 지나면서 모든 문제가 처음에 논란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양측의 이해가 균형되게 반영됐다.

한미동맹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정부 이래 굵직굵직한 현안을 잘 마무리했고, 새로운 관계를,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측면에서 FTA까지 교섭하는 국면으로 발전해왔다.

많은 분들이 한미관계를 볼 때 유리컵 속에 물이 담겨있을 때 보는 시각에 따라 반쯤 차있다고 볼 수도, 반이 비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한미관계가 굳건하다, 많은 어려운 문제를 성공적으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 (풀면서) 잘 굴러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앞으로 높은 동맹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잇다.

이념적으로 한미관계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극우 입장에서 볼 때도 한미관계는 문제가 있고, 극좌의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주체적 실용외교에서 볼 때, 한미관계는 여러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해왔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한미관계가 좀 수직적 동맹관계였던 것이 사실이다.

태생적으로 동맹이 그런 양상으로 성립되고, 유지, 발전돼왔다. 그런데 이제 동맹관계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변화, 진화,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여러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데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적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의견교환이 보기에 따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건설적 진통으로 볼 수도 있다.

큰 틀에서 북한,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목전에 있는 북핵문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구조가 한반도에 수립돼야 한다는데 한미가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정부가 표방하는 대북 포용정책과 평화번영정책 기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지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문제는 항상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 해결에는 많은 인내와 슬기가 필요하다.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한 후 6자회담이 바로 교착상태 비슷한 국면에 있기 대문에 매우 안타깝다.

조만간 회담이 재개돼 공동성명상의 여러 구체적 사항을 이행하는 이행계획이 작성돼야 한다. 북한의 불법행위가 이런 6자회담 진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불법행위은 6자회담과는 별개의 문제다. 불법행위는 잘못된 행위이기 때문에 정부도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고, 북한 스스로 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이 북한의 주장으로 인해 불법행위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관계국이 중지를 모아 북한을 설득, 조속히 6자회담에 나오도록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 필요하다.

저 자신이 워싱턴에 있으면서 미국의 요로에 잘 설명하면서 가능한 한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될수 있도록 미측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일문일답

–유연성을 언급했는데.

▲현재 BDA 문제를 비롯, 북한측이 말하는 금융제재는 미측 입장에서는 정당한 방어적 조치다. 화폐를 위조하면 가만있을 나라는 없다.

그런데 그 문제 해결에만 집착하고, 다른 화급한 사안인 6자회담과 북핵문제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면 결과적으로 2가지 중요 현안을 해결 못하는 우를 범할수 있다.

그래서 유연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불법행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된 활동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시간을 갖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북핵 문제는 시간이 없는 화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자(위폐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여야, 후자(북핵문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BDA 사건 및 북한 위폐문제와 관련, 미측의 추가조치 여부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추가 조치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있는데 그런 조치는 없다. 미국이 취한 조치는 북한에 대한 직접 제재가 아니고 돈세탁 우려 혐의가 있는 BDA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BDA 자체를 돈세탁 우려가 있는 기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BDA는 제3의 기관에 위탁해 조사를 한 결과를 미측에 전달했고, 미측은 이와 관련한 종합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BDA의 은행계좌 관리방식에 장부정리가 컴퓨터화 되지 않고, 수기로 돼있는 등 많은 흠결이 있다.

그런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정보를 파악하고, 결론을 내리는데 시간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미국이 추가 금융제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

— 미국의 북측에 대해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그런 불법행위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만둔다고 할 때 언제, 어떻게 그만뒀느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했다고 할 때도 위폐 순환이 된다면 그것을 가지고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북미가 직접 만나, 서로의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공통분모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양자협의를 통해 북한이 그런 행위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힌다거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얼마전 북한 외무성의 반응이 다소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럼 점을 감안해서 조속히 미북이 만나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번 6자회담 이후 이문제에 대해 북미협의가 있을 뻔하다가 누가 미국에 오느냐를 두고 논란 끝에 무산됐다.

그때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온다고 했는데(방미),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 근(외무성 미국국장)이 오면 북미접촉이 이뤄질 수 있고 이런 접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리 근 국장의 방미를 초청했나.

▲제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떠난 다음에 공식적인 제의가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제가 아는 미국의 입장은 리 근이 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리 근 국장이 오면 브리핑인가, 협상인가.

▲미국은 당초부터 협상이 아니라 브리핑이라고 했다. 미측에서 누구도 협상이라고 의견을 낸 적 없다. 북측에서 그렇게(협상으로) 이해했을 수 있다.

어떤 레벨에서 누가 미국에 가느냐와 관련, 김계관 부상이 가겠다는 입장 표명했다. 그런데 이뤄지지 않아 북한에서 방문을 그만뒀다. 리 근 국장이 (미국에) 오겠다고 했으면 방미가 성사됐을 것이다.

–리 근 국장의 방미가 이뤄지면.

▲서로의 입장에 관한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다. 형태를 브링핑이냐,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느냐는 해석의 여지 있지만 기본적을 협의의 장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만나서 협의를 해야 하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는 것이 온당하다. 협상은 아니고 문제해결 위한 협의다.

미측에서는 그런 조치 취해진 배경에 대해 브리핑, 설명하고, 자기들이 갖고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설명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제가 미국의 입장을 단정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논의 있을 수 있다는 개인적 의견이다.

–리 근 국장이 방미하면 해결 실마리 찾을 수 있나.

▲최근 북쪽에서 나오는 징후를 보면, 지금까지 유지해온 원칙적 입장인 금융제재 해제 안되면 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다소 (유연해진) 분위기를 느낀다.

이미 언급됐는데 원칙적 입장이라면 리 근이 올 가능성이 나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북한도 역시 돈세탁 관련해 여러 국제규범 준수 얘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런 가능성을 감안한, 그러니까 서로 만나서 협의를 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스처가 아니냐 해석해본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일관성 있나.

▲미국의 북핵문제 비롯한 대북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지난번 경주에서 북핵해결 방법에 관한 한미 정상간의 분명한 합의다. 과거 미 대외정책 주도했던 소위 네오콘 세력은 퇴조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미 정부의 입장 변하지 않았다. 다만, 불법행위 문제가 대두되고, 북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과연, 합의에 의거해 북핵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행정부내 대북정책 입안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제 한 세미나에서 2003년 미 재무부의 의회보고 내용을 보면 위폐 제조.유통국으로 라틴아메리카, 불가리아, 중국 등을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최근 북한이 핵심국으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어떤 배경인가.

▲배경이라기 보다는 북한의 위폐가 아직도 유통이 되고 있는 것, 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미국이 증거로서 확보하고 있다. 그런 위폐가 전세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금액이 많다. 억대 이상의 위폐가 만들어져 현재 유통되고 있다.

북한 포션은 그렇게 큰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산으로 판단되는 위폐가 아직도 유통되고 있고, 최근까지도 그런 흔적을 계속 미국이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북미가 만나서 이런 부분에 관한 협의를 해야 한다.

–북한산 위폐라고 표현했는데, 북한산이라는 근거가 있나.

▲미국에서는 북한에서 분명히 위폐를 제조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한 위폐가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통용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가지를 개념적으로 분리해서 볼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현재 북한은 2가지가 다 적용된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에서 상당히 논란이 돼왔다. 그 부분에 대해 이해의 일치가 있었다. 미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런 증거와 정황을 보고,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다른 지, 아닌 지는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위폐 제조와 관련한 미측의 증거에 신빙성이 있나.

▲증거.정보를 갖고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와 정보교류가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협의 중이기 때문에 내 판단은 유보하겠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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