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와 北 민주화…공통점과 차이점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튀니지 시민혁명의 직접 영향을 받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월 29일 “나는 (튀니지의 벤 알리 전 대통령처럼) 떠나지 않는다”며 내각을 해산하고 최측근 오마르 술레이만을 부통령에, 군부 출신 아메드 샤피크를 총리에 임명했다.


무바라크의 이같은 조치는 땜질에 불과할 것이다. 31일 이집트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미국은 “민주화와 정치 개혁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멀리 한국에 이르기까지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한 이집트인들로 구성된 ‘이집트 혁명을 지지하는 이집트인’과 시민단체들은 서울에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즉각 퇴진, 이집트 정부의 반(反)정부 세력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이라크의 후세인 등의 사례를 보면, 장기 독재자들은 지금 자신에게 닥쳐온 변화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의식상태가 확실히 각성된 모드로 전환되지 못하고 지나온 사고방식의 연장선에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멍한 상태로 일정 기간 가는 것이다. 최측근을 부통령에 앉히는 식으로 땜질하려는  무바라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볼 때 무바라크 시대는 끝났다. 


문제는 ‘무바라크 이후’의 민주화 과정이다. 이집트 시위는 오로지 민주주의를 하자는 게 요지가 아니라, 청년실업,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이집트 인구 8000만 명 중 절반 가량이 하루 2달러 이하 생활고에 시달리며 실업률은 공식발표 수치가 9% 정도, 사실은 20%라고 한다. 따라서 이집트 시위는 정치적 민주화 요구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요구가 연동되어 있다.


현재 이집트 시위를 조직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단체는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보도를 종합하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가택연금된 것으로 알려진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등에 업고 점차 시위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4.6 청년운동’이라는 단체가 소셜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1일 데일리엔케이 보도에 따르면 청년조직의 연합체인 이 단체는 2008년 북부 산업지역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실체를 드러낸 뒤 그해 4월 6일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4.6 청년 운동’ 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단체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2월 귀국했을 때 대대적인 환영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오스트라이 빈에서 귀국하자마자 시위대의 구심점이 되면서 지금은 ‘과도정부의 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때문에 IAEA 사무총장으로 국제적 명망을 쌓기도 한 그는 이집트 내 민족주의 세력과 온건 이슬람주의 세력을 규합해 집권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는 ‘무슬림 형제단’을 합법 정당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그가 ‘무슬림 형제단’과 연대하는 것은 이집트 국내 정치적 시각에서 볼 때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해온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본격적인 체제 민주화로 전진하기 쉽지 않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중동의 민주주의화에 이로울 게 없을 것이다.


물론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서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을 띨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상황이어서 신정부 수립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집트 언론사인 움마(Ummah Press)의 아흐메드 샤즐리 편집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엘바라데이에 대한 서민층의 신뢰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며 “현재는 무바라크 체제의 대안 세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무바라크 대통령은 집권 30년 동안 2인자를 키우지 않았고, 지금까지 민주화 진영이라고 볼 수 있는 대안세력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집트의 민주화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먼저 무바라크가 퇴진하고, 군부는 정치중립을 지키며, 국민들은 주어진 현실 조건에서 가장 합리적인 민주화 정치일정에 합의하고 총선거를 실시하여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비록 새 정부의 민주화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 하더라도 이집트 국민들은 ‘민주주의적 합의’라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특히 유엔과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이집트 민주화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이집트 상황은 향후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현재 북한의 내부사정은 튀니지, 이집트의 경우처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민주화 시위가 아직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첫째, 북한에 민주화가 가능해지려면 무엇보다 정보 자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보유통의 활성화는 민주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인프라임이 튀니지, 이집트를 통해 다시 증명되었다. 특히 휴대폰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는 앞으로 중동 민주화, 버마 등 아시아 민주화에도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둘째, 이집트의 ‘무바라크 이후’와 북한의 ‘김정일 이후’는 공통성과 차이성이 있다. 공통성은 무바라크와 김정일이 퇴진하지 않으면 둘다 근본적인 개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집트 민주화 세력이 무바라크가 임명한 최측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샤피크 신임 총리를 인정하지 않듯이, 향후 북한의 민주화 세력도 ‘김정일 이후’에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혈족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집트와 북한의 차이성은, 이집트는 앞으로 민주화 과정을 국민 스스로 해결해가야 하지만, 북한은 대한민국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형제이자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성공한 산업화 ·교육화 ·민주화 과정을 최단 기간내 압축적으로 북한주민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 내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라디오 TV 휴대폰 DVD 신문 삐라 서적 등 각종 정보매체들이 북한 내부에서 유통 활성화가 되는 것이 기초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북한을 잠식해 들어간다고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장기인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사상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더 핵심적인 일이며 장차 평화통일로 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셋째, 북한 내에 반(反)김정일 민주운동 단체가 미약한 수준이나마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한국과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한국사회에는 자칭 ‘진보단체’들이 적지 않은데, 자신들이 진정 ‘진보’라면 지금이라도 북한내에 민주주의 운동단체를 만드는 데 헌신하면서 자기희생하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정일-김정은 세습정권을 도우지 말고 2400만 북한 주민들을 직접 도우는 데 뛰어들라는 뜻이다. 그것이 원래 진보단체들이 할일이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열심히 찾다보면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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