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6일부터 국회에서 열린다. 이종석씨뿐 아니라 지난 1월초 개각 발표 때 포함되었던 내정자들이 함께 인사청문회를 치른다. 그럼에도 이종석씨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특별한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그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함께 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시기에 ‘이종석 인사청문회’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최근 북한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휘감는 수많은 문제의 총체적 절박성 때문이다. 북핵과 6자회담, 북한 인권문제, 위폐 제조 및 유통, 돈세탁, 그로 인한 금융제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문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얽히고 설킨 문제가 너무도 많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그동안 책상머리에 앉아 북한 원전(原典)만 뒤적거리던 학자가 과연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지, 그 능력과 자질, 적절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자리가 이번 청문회이다.
특히 이종석씨는 지난 3년간 대한민국 통일 ∙ 외교 ∙ 안보분야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종석씨를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장관의 자리에까지 끌어올린 것은 “앞으로는 이것저것 눈치보지 않고 ‘이종석 페이스’대로 곧장 나가겠다”는 선언이나 나름 없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는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중간평가의 장이자 지난 DJ정부 이래 계속되어 온 이른바 햇볕정책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이종석 청문회’에서 이런 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이종석씨의 생각을 집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통일의 주체는 남북 주민이며, ‘미래의 통일’은 현재 북한 인민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통일을 준비해야 할 통일부장관이 북한 인민의 처지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다면 그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종석씨는 청문회에서 ‘남북관계의 지속’을 명분으로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답변을 어물쩍 넘기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관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를 떠나 정확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필요가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혔듯이 말이다. 그렇게 솔직해져야 나중에 장관이 현실론을 내세워도 비판자들과 ‘대화’가 가능해진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안다면 정말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인지 파악할 수조차 없었던 통일부장관은 정동영씨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둘째, 햇볕정책과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어야 한다.
이종석씨가 초창기 전도사 역할을 했던 햇볕정책은, 그렇게 자꾸 온풍을 불어넣으면 북한이 스스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게 근 8년간, 일각에서는 굴욕적이라고 할 정도로 남한 정부는 북한정권을 이해(?)해 줬고, 거의 모든 것을 양보하였다. 햇볕론자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갖다 줬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는가?
‘주다 보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의 과학적 근거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이종석씨는 학자출신이니 “그냥 느낌이 그렇다”라는 식의 황당한 답변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혹 북한 내부의 어떠한 변화도 이끌지 못하고 혼란만을 초래한 2002년의 ‘7.1경제관리조치’와 정권유지를 위한 외화벌이 원천으로 문을 연 개성특구 등을 “개혁개방의 증거”라고 답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이 삶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야 하고, 김정일 정권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통일의 측면에 앞서 ‘도덕적으로도’ 옳은 일인지 되물어봐야 한다.
셋째, 김정일 정권의 주요범죄 행위에 대한 견해와 대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문제는 핵문제, 인권문제로부터 시작해 이제는 위폐와 마약, 가짜 담배 등을 제조하고 유통시킨 문제, 불법적인 돈세탁, 납치문제, 국제테러 문제 등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혹시 ‘과거사’라 말한다면, ‘과거사 청산’을 중시하는 한국형 ‘탈레반’들과 손을 맞잡은 이종석씨는 북한의 과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중 몇 가지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라 명백한 현재진행형 사건이며, 그래서 미국이 최근 집요하게 거론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범죄자를 옹호하며 공범이 될 것인지, ‘과거는 확실히 털어버리라’고 시원스레 충고하면서 갱생(更生)의 길을 제시해 줄 것인지, 이종석씨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넷째, 납북자와 국군포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물어야 한다.
친북단체의 행사에는 ‘통일부 후원’의 이름을 내걸고 자기 지갑 열 듯 후원금까지 두둑이 내놓으면서 납북자 가족들의 피눈물나는 통곡의 집회현장에는 얼굴 한번도 비치지 않은 통일부장관이 있었다. 대학 강의실까지 찾아가 마이크를 잡고 몇 시간 동안 연설을 할 시간은 있으면서 납북자 가족의 눈물 한번 닦아줄 시간은 없었는지, 급기야 거리의 나뭇가지마다 노란손수건을 매달게 만든 통일부장관이 있었다.
이종석씨도 이런 선배 장관들의 뒤를 이을 것인지 물어야 한다. 국군포로 문제는 또한 어떻게 할 것인지, 그에 대한 생각이나 갖고 있는지, 김일성 항일투쟁 계보와 조선노동당 조직구성도를 외우고 있는 만큼 이런 문제의 현황이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어서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분명한 답을 요구해야 한다.
다섯째, 한미동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해야 한다.
“통일의 제 1요건은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는 자주성 확립과 평등의 존중이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변명이다. 북한이 자주성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종석, 1990년 3월 <성대신문>)
물론 15년 전 대학 학보에 실린 조잡한 글이지만 지금도 ‘외세 간섭 배격을 통일의 1요건’으로 생각하는지, 이제 통일부장관이 되려는 이종석씨에게 들어봐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는 일을 업무의 1순위로 놓고 일할 것이 아닌가.
과거에 왜 그랬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이다. 혈기왕성한 30대 나이에 가졌던 치기 어린 생각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지만, 아직도 그런 잔영(殘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통일 ∙ 외교 ∙ 안보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장의 자리를 그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종석씨도 지난 3년여 기간 연구실을 떠나 현실 정치와 외교를 접하며 시야를 넓혀왔을 것이다. 국민은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