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시련과 도전의 10개월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그토록 기다리던 6자회담 재개 소식을 뒤로 하고 11일 공직에서 떠났다.

올해 벽두에 장관에 지명된 뒤 2월10일 취임했으니 꼭 10개월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무산, 북한의 핵실험 등 갖은 악재들로 점철된 그의 재임기간은 시련과 인내의 연속이었다. 휴직 상태인 세종연구소로 돌아가는 그는 퇴임을 앞두고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 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직면한 시험대는 지난 5월24일 열차 시험운행이었다. 막판까지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컸던만큼 무산의 타격도 컸다.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북핵문제가 난항을 겪었음에도 상대적으로 큰 지장이 없었던 남북관계는 열차 시험운행 무산 이후 본격적인 내리막 길에 들어섰다.

이 장관도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북측의 일방적 연기로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된 때를 꼽았다.

그는 “열차 시험운행이 한 번 무산됐지만 다시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시험운행의 고리로 만들어놓았는데 (성사되기 전에) 미사일 사태를 맞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있었지만 통일부의 실패는 아니라는 게 이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재임기간 성공한 정책으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를 의제화시키고 지난 6월 제14차 이산가족행사에서 납북 고교생 김영남씨의 모자 상봉이 성사된 것을 들었다.

하지만 이 장관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10월9일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 회의차 청와대로 향하는 차 속에서 그는 경제에 대한 걱정과 함께 `아, 나는 여기까지구나’라며 사실상 사임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그로부터 보름 뒤인 24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는 핵실험 직후 인도적 측면이 강한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을 유보했다.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미사일 발사는 핵실험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수는 없었으며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했다”면서 “그런 정황과 판단 근거들을 돌이켜봤을 때 (쌀.비료 지원 유보조치는 지금 생각해봐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재임기간 솔직한 대미(對美) 발언들로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인 7월 말 한 방송에 출연, “미국이 한다고 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맞느냐는 따져봐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가장 위협하고자 한 나라가 미국이라면 실패로 따지면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이라는 등 거침없이 발언했다.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미국은 부정할지 모르나 북한에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진 나라는 미국”이라며 “다른 나라 모든 레버리지를 다 합쳐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 정상화라는 레저리지를 능가할 수 없다”며 미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한국이 제재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대북제재를 옷을 벗는 것에 비유하자면 한국은 핵실험 전부터 이미 팬티만 입고 있었다”면서 “국가보안법 등 무수한 규제적 법률을 갖고 있으며 술.담배도 수출 안하는데 우리한테 팬티까지 벗으라면 이런 부당한 일이 어딨냐”고 항변했다.

그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의식한 듯 “미국도 얘기안하는 개성공단 갖고 왜 그러느냐”고도 했고 “PSI(확산방지구상)는 미국이 하는 것인데 국제사회라고 치장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에 대해서는 “이번 회담에서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성과가 없으면 모처럼 마련된 새 기회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들에 의해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의 밑그림을 짜고 맨 앞에서 이를 실천했던 이 장관은 공직에 진출하기 전 재직했던 세종연구소로 돌아간다.

요직에 재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전적으로 부인했다.

이임사에서도 그는 “조국이 제게 베풀어준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 그동안 이론적 연구와 현실경험을 잘 살려서 다가올 통일시대를 실사구시적으로 준비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퇴임 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통령이 이런 거 해보라하면 도와드려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복귀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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