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내정자와 외교·안보팀 갈등설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의 전략적 유연성 문건 공개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면서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팀 내부의 상반된 ‘성향’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지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있다.

참여정부 들어 NSC 사무처의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NSC가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총괄 조정해 왔으며, 약 3년간 NSC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사람이 바로 이 내정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통일.외교.안보 현안과 관련, 특히 한미동맹 재조정을 중심으로 한 대미(對美) 관계에 있어 치열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이종석 체제’를 향한 의구심과 의혹이 제기돼 왔다.

◆자주파.동맹파 논란 = 논란의 구도를 압축하면 참여정부 출범 초기 정권창출에 기여한 집단 및 NSC가 한쪽을, 외교부, 국방부 등 기존 관료 집단이 다른 한쪽을 차지해 왔으며, 대미관계를 대입해 각각 자주파와 동맹파로 지칭됐다.

나아가 자주파 내부를 세분하면 소위 ‘이종석 체제’로 불리는 NSC와 일부 청와대 참모 및 여권 인사들이 몇몇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해 온건, 강경으로 각각 분류돼 왔다.

참여정부 들어 첫 논란은 자주파와 동맹파 사이에서 발생했다.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이라크 추가파병을 둘러싼 정부내 이견이 발생하면서 그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놓고 동맹파 일각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전투병 파병’ 목소리를 높였으며, 자주파 쪽에서는 파병 반대 여론까지를 감안해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입장을 개진했었다.

이 과정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둘러싸고도 자주파와 동맹파 사이에 또다른 갈등이 불거졌다. 더욱이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하 발언이 공개돼 그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이 지난 2004년 공개한 청와대 공직비서관실의 2003년 11월 ‘용산기지 이전협상 평가 결과보고’에는 “외교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이 반미주의자이므로 개입은 최소화시킨다’는 전제를 기초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청와대와 NSC의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아니다’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영관(尹永寬) 장관을 비롯해 외교부 인사들이 대거 경질됐으며,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결은 ‘자주파의 승리’로 장식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 차장은 당초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론’을 연구한 학자로서 ‘친북 인사’라는 이미지에 덧붙여 ‘반미 자주파의 선봉’, ‘탈레반’ 등의 수식어를 달게 됐다.

◆자주파내 강.온 균열 = 하지만 문제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가 외교부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는데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당시 NSC에 대해 “외교부와 국방부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외교안보 전략본부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즉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결이 막을 내릴 무렵 자주파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2005년 4월 6일과 15일 두차례에 걸쳐 정부 내에서 대미 협상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회의가 비공개리에 진행됐다.

두차례 ‘점검회의’의 참석자는 당시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 이종석 NSC 사무차장, 청와대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천호선(千皓宣) 국정상황실장 등이었다.

이 회의가 개최된 목적은 ‘미국측은 한국측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만큼 협상의 진전을 봤는데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아 대통령의 2005년 3월 ‘동북아 분쟁 불개입’ 입장이 미국을 당혹케 했다’는 지적에 대한 사실확인이었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보고 등 절차상 문제를 짚는 듯한 회의였으나, ‘이종석 차장을 비롯한 NSC가 대통령을 배제한 가운데 저자세 외교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 저변에 깔려있었다.

그동안 자주파를 이끌고 있다고 인식돼온 ‘이종석 체제’가 오히려 자주파 내부에서 ‘친미적인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과 견제를 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이 내정자는 시민단체를 비롯한 진보세력 쪽에서 ‘친미 인사’, 기존의 외교안보라인 등에서 ‘대표적 반미 인사’라는 모순된 비난을 받았고, 거취문제까지 거론됐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 정부의 대북정책이 좌초 위기에 처하자 남북관계를 병행발전론에서 연계론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뜻을 피력하면서 이 내정자의 사표를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전체를 바꾸는 책임자는 접니다’라면서 내가 사의를 표명하자, 그 다음날 대통령이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자고 했고, 그때 마련된 것이 200만㎾ 대북송전 계획이었다”고 소개했다.

◆실용주의 노선과 새로운 갈등 =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논란 자체가 이 내정자가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내정자 스스로도 자신을 ‘자동파’(자주파+동맹파)로 불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었다.

이 내정자가 통일장관에 내정됐을 때 청와대가 발탁배경으로 꼽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균형적 시각’이었다. 이라크 추가파병 규모와 관련, ‘1만명 이상 파병’ 및 ‘파병 반대’라는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3천명 비전투병 파병’으로 종지부를 찍은게 이 내정자라는 것이다.

또한 한미간 현안을 놓고 매번 ‘자주파 대 동맹파’, ‘온건 자주파 대 강경 자주파’ 등 갈등이 불거졌지만, 전략적 유연성 문제처럼 결과적으로는 합의가 도출됐다는 점도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여당 제1정조위원장인 최재천 의원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문건 공개는 다소 잠복해 있던 이 내정자를 비롯한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팀 내부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청와대는 3일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제기된 초기부터 관여해 방향을 설정했다”며 “또한 청와대 내부의 문제제기는 대통령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점검했으며 이미 문제를 제기한 측도 수용한 바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정에 대한 최 의원의 문제제기 내용 보다는 3급 비밀 등으로 분류된 문건이 정부 내부자에 의해 최 의원에게 은밀히 건네졌다는데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 내정자를 흠집내기 위한 모종의 계획 아니냐 또는 기존의 ‘이종석 체제’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문건 유출경위 조사 및 6∼7일 이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향후 논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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