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美 정책 대전환 결국 우리 주장대로 된 것”

이종석(사진) 전 통일부 장관이 2·13합의는 미국이 정책적 대전환을 이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역할도 큰 몫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 전 장관은 8일 저녁 남북경제협력포럼(대표 조동섭)에서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미국의 정책이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북간 양자회담은 NSC 의장이나 통일부 장관 당시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주장했던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 차관보가 일본을 방문해서 미일회담하고 러시아 가서 미러 회담도 하면서 왜 북한에 가서는 양자회담을 안하느냐며 강하게 권유하기도 했었다”면서 “북한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을 확실히 해결해주고 그때에도 북한이 딴 소리하면 어떤 대응조치도 취하면 된다고 설득했었다”며 공직에 있을 당시의 대미 설득작업을 소개했다.

그는 “9·19 공동성명 당시 6자회담의 핵심 당사자였던 미국은 (공동성명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었다”며 “미국 내 강경 네오콘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미국은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미국이 정책적 대전환을 이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대전환의 핵심은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명분이었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합의 내용 중에는 북미간 관계정상화에 관해 여러 가지 노력들이 담겨 있다”며 “테러지원국이나 적성국교역법 해제 같이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한 것들을 받아들인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6년간 완고하게 지켜온 정책을 바꿨기 때문에 이것을 다시 또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 갈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강경파를 설득해 북한에 대한 관계정상화를 어떻게 이어 갈런지, 북한이 핵폐기 초기 조치에 대한 의무를 잘 해나가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HEU(고농축우라늄)문제도 미국과 북한이 체면치레 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그런데 지금 와서는 한국정부가 얘기했던 것보다 미국이 한 순간에 더 빠른 전환을 하는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 지금 미국이 가는 방향에 접근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강경 인사들은 한국 정부가 6자회담 과정에서 왕따가 되었다며 비아냥거렸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 (문제 해결의) 상식이라는 것을 미국이 대전환을 하면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2·13합의 내용 자체에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 HEU 문제나 북미 관계정상화, 경수로 문제 등 어느 하나 난제가 아닌 것이 없다”며 “그러나 북미간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면 이 난제들은 풀리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우리 외교가 다자간 외교나 한반도 운명과 관련돼 이렇게 자기 목소리 낸 적이 있었는가”라며 “결국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속적 노력 속에서 한국 외교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또한 “2·13합의를 통해 미국이 정책적 전환을 했기 때문에 한미 공조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나머지 외교·안보 차원 부분에서도 한미간 매끄러운 조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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