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전장관 “대북 현금지원은 수십만달러”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재점화된 대북 지원금의 핵무장 전용 논란과 관련, “대북 현금 지원은 참여정부 시절 이산가족 화상상봉 시설의 북한내 설치를 위해 몇십만 달러 준 것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이날 동국대에서 ‘북핵 협상과 남북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한겨레평화강좌에서 “일부 언론에서 현금지원액이 29억달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 상거래대금 18억달러와 고 정주영 현대회장의 금강산과 개성사업권 11억 달러를 뭉뚱그린 것으로, 터무니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노무현 정부 때 대북정책 논란의 쟁점들에 대해 당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노무현 정부 말에 가서야 성사된 경위에 대해 그는 “2005년 8월 북한의 림동옥 당시 통일전선부장이 서울에 내려와 그해 가을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나중에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인 방코 델타 아시아(BDA) 건을 해결한 다음에 하자고 해서 미뤄졌다”고 밝혔다.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를 부른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 자백’ 논란에 대해선 “미국의 네오콘들이 입증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정치적 목적에서 어설프게 문제를 제기해 제네바 기본합의 체제를 파괴하고 역으로 북한이 핵 실험에 이른 길을 터줬다”고 이 전 장관은 말했다.

그는 북한의 2006년 제1차 핵실험이 대북 포용정책 때문이라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직접대화 회피와 북한 압박 및 고립 정책이 북한을 핵실험에 이르게 했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관계에 대한 한미간 시각차와 관련, “결국 부시 행정부도 일방주의적 대북 강경책을 펴다 180도 전환, 2007년 2.13 합의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입장을 받아 들였다”며 “미국 조야에서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합리적 문제 제기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미국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인상을 그대로 갖고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의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 대해 “북핵문제가 한반도 안보위협의 계기이지만 본질적 위협은 남북간 적대적 대결상황”이라며 “북핵문제가 해결돼도 남북간 대결구조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병행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포용정책 결과 자신이 통일장관 재직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접조사에서 북한 주민중 남한을 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1999년 49.2%에서 2005년 32.8%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남한을 친구로 생각하는 비율은 50.8%에서 67.2%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의 의도에 대해 그는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으므로 ‘도’ 아니면 ‘모’로 간다는 식”이라며 “핵보유국이 아니면 확실한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이 가능한 대타협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이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된 이유로 이 전 장관은 지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 이후 15년간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책을 추구했으나 식량난과 경제난이 여전한 채 나아진 것이 없고 한미 정부의 대북정책이 정권교체에 따라 극심한 변화를 겪음에 따라 불신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북핵 문제에서 미국이 비확산으로 선회하지 않고 비핵화를 그대로 추진하는 한 “북미간 대타협의 시도가 불가피하며 남북관계에서도 고위급 정치적 결단과 타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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