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못 볼 텐데”…다시 기약없는 이별







▲제18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1일 오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국군출신의 북측 최고령 상봉자인 리종렬씨(왼쪽,90)가 생후 100일의 갓난아기 때 헤어진 남측 아들 이민관(61)씨 등 가족들과 60여년만에 또 헤어지며 손을 부여잡고 있다.ⓒ연합

상봉행사의 마지막 날인 1일 오전 남북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을 마지막으로 2박3일간의 꿈같은 시간을 마쳤다. 이산가족들은 또 다시 기약없는 이별의 시간을 맞아야 하는 안타까움에 서로를 부둥켜 앉고 목놓아 울었다.


남북한을 통틀어 최고령인 남측의 김례정(96)씨는 “이제 다시 못 볼 텐데 어떻게 해…”라며 애통해 했고, 북측 딸 우정혜(71) 씨도 “건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큰절을 올리며 울먹였다.


국군출신 이산가족인 윤태영(79) 씨를 만난 남측의 4형제는 애써 덤덤한 표정으로 형님을 맞았다. 태영 씨는 “너희들을 만나니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는 이제 만족한다. 너희들이 다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짓던 윤 씨 형제들도 작별시간이 가까워지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넷째 동생 상영(71) 씨는 큰 형 태영 씨를 등에 업고 “건강하세요”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남측의 조카 윤기양 씨는 자신이 쓰고 있던 안경을 북측의 리경수(74)씨에게 벗어준 뒤 끌어안으며 “통일되면 만나자”고 다짐했고, 리씨도 “통일되는 날까지 굳세게 살자”고 남측 가족들을 위로했다.


남측의 조카 최장원(44) 씨도 자신이 입고 있던 오리털 파카를 벗어 삼촌 리영순 씨에게 건넸다. 최 씨는 “북측이 더 추우니 저보다는 삼촌께 더 필요할 것”이라며 앉은 자리에서 옷을 벗어 입혀드렸다.


북측의 아버지 고윤섭(81) 씨를 만나러 미국에서 온 아들 배일(62)씨는 큰절을 올리다 일어나지 못한 채 통곡했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고윤섭 씨는 가족에게 업혀 상봉장을 나갔다.


북측의 전순식(79) 씨는 치매를 앓고 있으면서도 잠시나마 자신을 알아본 남측 언니 순심(84) 씨에게 “언니, 오래오래 살아. 그래야 또 만나지”라며 건강을 빌었다.


남측의 동생들을 만난 북측 리순희(75) 씨가 남측 부모님의 산소에 놓아달라는 편지에는 “저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길래 더 사실 것도 못 사시고 돌아가셨습니까”라며 “부모님 제사날에 평양에서 술 한잔씩이라도 올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작별상봉 종료가 10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간간히 들리던 웃음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남과 북의 가족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며 통곡했다.


북측 가족들이 상봉장을 떠나 먼저 준비된 3대의 버스에 오르자 남측 가족들은 버스 차창 옆으로 내달렸다. 버스 옆에서 남측 가족들은 “사랑해요” “또 봐요” “부디 건강하세요” 등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편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되는 2차 상봉행사에는 이날 현재까지 남측 상봉자 94명(동반자 43명)이 북측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