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일성을 땅에 묻어라

올해로 김일성 생일이 93회를 맞았다. 북한에서는 최대 명절이다. 김일성화(花) 전시회가 열리고 주민들은 무도회에 참여한다. 김정일은 인민들이 배를 곯고 있는 판에 거액을 들여 해외 예술인들을 초청, 매년 ‘4월의 봄 축전’을 연다. <노동신문>은 김일성 생일을 맞아 “김정일 동지의 선군혁명 영도를 따라 강성대국 건설에 매진하자”는 논평을 냈다.

며칠전 강만길 광복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투쟁도 독립운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 잠시 논란이 일었다. 남북의 이런 모습을 보면 사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김일성은 아직 살아 있는 셈이다.

김일성은 아직도 살아있다

올해는 남북이 해방 60주년을 맞는다. 해방 후 김일성은 스탈린의 대리인으로서 북한에 공산주의 정권을 세웠다. 세계가 동서로 양분된 조건에서, 더구나 민족 자체의 힘만으로는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북한에 스탈린 정권이 세워지고 남북이 분단된 것은 불가항력적이었다.

김일성은 전쟁을 일으켜, 소련과 중국의 도움을 받아 한반도 전역에 스탈린주의 정권을 수립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김일성은 짧은 전후 복구기간을 거쳐 신생 독립국으로는 빠른 속도로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이 살만 했던 시기는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1966년 김일성은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군사우선주의 노선을 더욱 강화했다. 스탈린식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이미 용도폐기된 조건에서도 김일성은 군사우선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67년 이후 김일성은 수령독재를 강화하면서 공산권 국가 중 유례없는 유일사상체계를 세웠다. 70년대 초반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이후 북한은 봉건전제국가의 길을 걸었다. 김정일은 사회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고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인민들의 생활은 처참해졌다.

불과 20년이 지난 95년부터 북한에는 3백만 명 이상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하여 20년 동안 북한 전역을 참혹한 감옥의 땅으로 몰아넣었고, 2천 3백만 북한 인민들을 인질로 삼아 오로지 ‘장군님’의 정권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김일성의 5가지 역사적 오류

여기에서 다시 김일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오류는 무엇이었을까.

남한 내부에서는 김일성의 ‘독립운동’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비록 미미한 전과(戰果)였다 해도 그가 항일운동을 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항일운동 경력을 과대포장했고 심지어 날조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아예 김일성, 김정숙과 자신을 묶어 ‘백두산 3대장군’이라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김일성은 항일운동 경력을 빌미로 50년 가까이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지렛대로 삼았다. 항일운동은 자신의 경력일 뿐이지, 그 자체가 독재권력 유지의 정통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그 아들의 정권까지 담보해주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둘째, 김일성은 전쟁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수백만의 남북한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죄 없는 참전 해외군인들이 전사했다. 이 대목은 앞으로도 용서받기 어렵다.

셋째,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택한 60년대 중반이후 인민들의 생활문제를 제쳐두고 군국주의로 나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민들의 생활이 피폐해졌다. 이는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실패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넷째, 유일사상체계로 북한땅에 유례없는 독재를 구축한 것이다. 설사 유일사상체계가 김영주-김정일의 권력투쟁의 산물이었다 해도 김일성 자신이 그것을 방기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섯째, 권력을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대리인으로서 북한 전역에 8만 7천 개에 이르는 우상화물을 세우고 북한 인민들을 우매화했다. 김정일은 오로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 북한땅을 감옥이나 다름없이 만들었고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렸다. 이로 인해 3백만 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기형적인 남북공조, 김일성 부활 부추겨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거부하여 북한땅을 동북아시아에서 ‘외딴 섬’으로 만들었고 핵무기를 개발하여 같은 민족과 이웃나라를 인질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더 나은 미래로 뻗어가야 할 7천만 민족이 김정일의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은 아직 북한땅에 눈뜨고 살아있다. 평양 만수대 언덕 20미터의 높이에서, 북한 곳곳의 산과 언덕에서, 광장에서 김일성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또 기형적인 남북공조가 심화되면 될수록 남한 내부에서도 김일성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과거사 진상을 규명하면 할수록 김일성은 또다시 살아 뚜벅뚜벅 돌아올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전 한반도에서 김일성의 유령이 배회할 것은 틀림없는 것이다.

이제 김일성을 땅에 묻어야 한다. 남과 북에서 같이 묻어야 한다. 그것이 7천만 민족이 미래로 진보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은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고 북한을 민주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손광주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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