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잘살게 되니 걱정말라”

▲ 중국에서 짐을 지고 건너가는 북한주민

장사 밑천 마련을 위해 중국 룽징(龍井)으로 친척 방문을 온 함경북도 청진시 주민 김준식(가명·45) 씨는 “당에서 간부들이 강연을 나와 ‘이제부터 잘살게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북한 당국은 주민 강연과 인민반 회의 등을 통해 ‘조선이 핵실험을 통해 선군(先軍)강국이 됐기 때문에 이제 전 세계가 우리를 우러러 보고 돈과 물건을 바치게 되었다’는 선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핵실험이 끝났기 때문에 이제 당국도 주민 생활 개선에 우선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김 씨는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김 씨는 “주민들은 핵실험이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먹고 사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오죽하면 초급당 비서가 강연을 하면서 ‘이번에는 거짓말 아니다. 진짜 믿어도 된다’는 말까지 하겠냐”면서 “나 같은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먹고 사는데 당국이 괴롭히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이번 발언은 당 간부들 조차 주민들의 불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을 할 정도로 당국과 주민들 간의 괴리가 깊어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는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했으면 당간부까지 그런 소리를 하겠는가. 7·1조치 때도 잘산다고 해놓고 물가만 잔뜩 올려놨고, 배급제도 다시 한다고 해놓고 감자 몇 알 주고 말았지 않는가. 순 거짓말만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고난의 행군 때는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면서 가자’고 하더니, 이제는 배급도 안주면서 잘살게 됐다고 말하니 누가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

최근 쌀값 동향에 대해 김 씨는 “3~4월은 춘궁기인데도 농장 배급이 제때 잘 되고 곧 외부에서 원조가 많이 들어온다는 소리가 퍼지면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겨울에 사재기 해놓은 장사꾼들은 손해 좀 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정보가 쭉쭉 나오는데 왜 모르겠나, 화교들이 중국에서 정보를 받아 수시로 알려준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전국의 물가가 변한다. 그들이 ‘남조선이 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참, 남조선 쌀은 언제부터 들어오나? 그리고 얼마나 보낼 것 같은가?”라며 기자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외부인에 대해 별다른 경계심을 표출하지 않았다 .

한편, 친척방문차 허룽(和龍)에 들어온 함북 새별군 주민 박춘빈(가명) 씨는 외부인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 북한에 도·농 간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박 씨는 투박한 손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만 봐도 그가 농장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농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살기가 점점 나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했다.

친척방문차 한 달간 체류했다는 박 씨지만 기자와 만나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 그는 ‘국경통행증’을 보여달라는 요구에는 응했지만, 익명을 전제로 한 부분 사진촬영 제의는 끝까지 거절했다.

그는 “절대 안 된다”며 “보위원들에게 중국에 한국의 안기부(국정원) 밀정들이 쫙 깔렸다고 들었다. 내가 선생한데 통행증을 보여준 사실만 보위부에 들어가도 나는 큰일이 난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박 씨는 몇 년만에 농장에서 농민들에게 배급을 1년치를 줬다고 했다. 박 씨는 “(조선족)친척들이 모아준 중고 색(컬러) 텔레비전 2대, 극동기(냉장고) 1대(인민폐 600원), 그리고 입던 옷가지를 좀 모아가지고 간다”고 했다. 그는 차비로 쥐어주는 얼마의 돈도 “일없다(괜찮다)”며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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