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정책합의문을 극적으로 타결시킨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북한의 3대세습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한 채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합의문에서) 3대 세습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 일반 민주주의 정신에서 비춰볼 때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확인했다”고 밝힌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발언에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에 대한 합의내용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앞서 통합논의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권력세습에 관한 입장에 대해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의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존중할 것”이라는 절충안에 타협한 바 있다.
이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승수 대표님께 드리는 편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조 대표의 인터뷰를 보고 무척 놀랐다. 합의 내용을 왜곡했다”며 “제가 당원으로 있게 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자체가 이런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합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놓고 진보신당 내에서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신당 한 관계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중앙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가) 정책합의문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진보신당은 오는 26일 당대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정책합의문에 대한 당원들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정희 대표는 이와 관련 “지금 당장 조 대표님 인터뷰처럼 이해하는 당원들이 많아지면 합의문 통과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참여당이 진보진영 통합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대해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있는 때가 아니다”며 조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합의문에는 국참당과의 통합 내용은 없다”며 “(국참당과의 통합 논의도) 연석회의 틀 안에서 하면 되는데 이 대표의 발언은 앞뒤가 전도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통합진보정당 합의문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진보진영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최근 국참당 유시민 대표와 통합논의를 위해 접촉한 것을 두고 민노당이 진보신당보다 국참당과의 통합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선거 연대를 통한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국참당과의 통합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