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표, 從北 때문에 망가져선 안된다”







▲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지난 27일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울대 운동권 1년 후배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하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친북 통일운동을 벌이다 90년대 후반 북한 대량아사에 따른 주민들의 엑소더스(탈출)를 지켜보면서 북한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반면 이 대표는 민족해방 계열 학생운동에서 사상적 변화 없이 종북주의 성향이 강한 민노당 대표를 맡고 있다. 선배는 전향을, 후배는 종북 노선을 고수했다.    


하 대표는 공개편지를 통해 이 대표와 ‘진심어린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29일 오전 강남의 한 식당에서 하 대표를 만나 공개편지를 보낸 속내를 들어봤다.


하 대표는 인터뷰 내내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같이 했던 이 대표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대표를 ‘순수한 영성을 소유한 후배’, ‘성실하고, 진정으로 동지를 아끼는 후배’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 대표는 공개편지를 보내게 된 데 대해 “인간적인 이유가 크다. 아끼는 후배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며 “역사의 반역자로 남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창시절 이 대표에 대해 “성실하고 착하고, 동지를 위할 줄 아는 후배였다”면서 “조용하면서도 아주 인간적인 운동권이었고, 뒤에서 모든 일을 하면서 배려하는 후배”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 대표는 “현재의 이 대표를 ‘제2의 이광수, 최남선’으로 보고 있다”며 이념적 평가에서는 날을 세웠다. 그는 “이광수와 최남선이 3·1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로 돌아서 역사의 심판을 받는 것처럼 이 대표도 민주화운동을 했지만 결국 종북주의자로 남아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의 공개편지에 이 대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 대표가 공식적인 반응을 할 거라고 판단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 대표는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반응을 안 할 수 있다”면서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종북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 대표의 심성(心性)이라면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영혼이 살아 있으면 진심을 느낄 것이고, 진심을 못 느끼면 영혼이 죽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배이기 전에 한 정당의 대표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을 수 있다. 하 대표는 이에 대해 “주위에서 이게(북한 인권운동)  진정한 진보다, 민노당은 가짜 진보라고 얘기한다”면서 “과거 좌파 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민노당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어 북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노당에서 종북은 종교화되어 있고, 성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노당이 종북주의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민노당이 개혁하려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대표가 나서면 (종북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노당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면 분명 역사적으로 실패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보일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민노당 내부의 종북개혁을 위해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가 민노당의 종북주의 개혁에 나선다면 하 대표도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 하 대표는 “진보신당이 종북세력과 다시 손을 잡게 된다면 진보신당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신당 내 건강한 좌파들이 있으니 순조로운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노당은 총선을 위해 이용하고 나중에 (진보신당을) 버릴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민노당의 진보정당 통합의 속셈은 결국 현실적 야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최근 영국 상·하원 의원 20명이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4당 대표에게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어 “외국 의원들이 당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며 “이런데도 영향을 안 받는다면 국회의원들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의원들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 하고 정신을 못 차린다면 국민이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통과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의 반대가 심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통과가 안 되면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편지가 날아올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망신당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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