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양 여운형(1886~1947)의 제60주기를 기념해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정식 펜실베니아대 명예교수가 여운형이 남로당 지도자인 박헌영 세력에 의해 암살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이 교수는 여운형의 둘째 딸 여연구 씨가 생존 당시 증언한 내용을 빌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47년 7월 19일 여운형은 박헌영 계열의 좌익세력에 의해 암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련의 군정자료와 당시 미군정 2인자 E. A. J. Johnson의 글을 제시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해방 전후 극우단체로 활동했던 ‘백의사’ 소속 한지근이 여운형을 암살했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들어 이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이 교수는 여운형을 기존 양분론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여운형은) 마르크스를 신봉하지만 폭력을 통한 혁명과 유물론은 거부하고, 자유와 평등을 이상으로 삼았던 진보적 민족주의자”라고 말했다. 여운형의 독립에 대한 집념과 조국통일에 대한 열망을 강조한 이 교수는 그를 “한국사회가 따라잡기엔 너무 앞서나간 열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뒤이어 발제자로 나선 조 교수는 한지근의 자백과 당시 미국 사령관 하지의 발언, 여운형의 첫째 딸의 저서 ‘나의 아버지 몽양’을 증거로 극우파가 암살을 주도했다는 것은 이미 학문적으로 검증된 역사적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마지막 발제자인 고려대 최상용 교수는 여운형은 정통 맑시즘을 지향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받아들이는 사회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하는 맑시즘의 특수성에 주목한 여운형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여운형을 민족적 과업을 완수하지 못한 미완의 지도자라는 긍정적 평가로 일관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과 강운태 전 의원 등 일부 여권 대선 후보들이 참석, 여운형의 이념적 좌표를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