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대북.대미관 집중 추궁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17일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대북.대미관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이 잇따랐다.

특히 이 후보자는 6.25 전쟁이나 김일성 주석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왔다.

이 후보자는 “6.25 전쟁이 북침이냐”는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질문에 “제가 여기서 규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이 “북한을 비난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당한 문제가 있다”면서 “역사적 사실은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제야 이 후보자는 “남침이라는 사실은 이미 규정돼 있는 것”이라고 대답하며 수습했다.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의원의 같은 지적에도 “그 문제(6.25전쟁)에 대해 제법 공부 좀 했다. 이렇게 (남침이라) 규정지어 얘기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말하려는 것이었으며 (6.25전쟁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물어 (남침이라) 대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고(故) 김일성 주석에 대한 이 후보자의 불분명한 입장을 지적했다.

고 의원은 “후보자에게 김일성에 대한 평가를 서면질의했더니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며 아직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소개한 뒤 “납득이 안간다. 6.25전쟁에 대한 과거사가 정리가 안됐다는 것이냐”며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역사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를 전달한 것 뿐”이라고 대답한 뒤 “사실상 남북 간 대화가 진전되는 상황이고 평화통일이라는 엄청난 과제가 북의 핵실험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어서 가급적 말을 아끼고 정제된 표현으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표현으로 한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야당의원들은 전향한 남파간첩인 고(故) 김남식씨의 장례식장에서 이 후보자가 고인을 `민족통일 운동사에 큰 업적을 이룬 분이며 높이 치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도 문제를 삼았다.

김무성 의원은 김남식씨가 “온.오프라인 상에서 김일성 영생론을 옹호하고 김일성 체제를 미화하는 등의 주장을 폈다”면서 후보자의 의견을 캐물었다.

이 후보자는 “빈소에서 한 말에 대해 사실 자세히 기억 못한다”고 전제한 뒤 “두 세차례 세미나에서 뵙고 (김남식씨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용에 대해 공감한 바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김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만약 (김남식씨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제 얘기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깊이있게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한나라당 이해봉(李海鳳) 의원은 후보자가 이사장으로 있던 통일맞이 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가 2000년 송두율 교수에게 늦봄통일상을 수여한 것에 대해 물었고 이 후보자는 “심사위원회가 결정한 것으로 이사회는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미국에 대한 시각을 묻는 질문도 잇따랐다. 특히 지난 15일 한 강연에서 이 후보자가 밝힌 “부시 정권은 대북 붕괴유도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질타가 집중됐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미국이 그런 것(북한 붕괴 정책) 하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틀렸다”고 지적했고 고흥길 의원은 “반미주의도 보통 골수분자가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강연의 전체적 요지는 한미관계의 깊은 공조아래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며 무력에 의한 북핵문제 해결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해결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미국이 성심껏 나와 양자회담 통해서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해달라 전한 것이지 절대로 반미적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정책이 체제 붕괴 정책은 아니죠”라는 한나라당 박 진(朴 振) 의원의 질문에 “미국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있기 때문에…”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