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 유력 리철 제네바 北대사 누구인가

이르면 이달 말 이임할 것으로 알려진 리철(李徹.75)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있다.


리 대사는 김 위원장의 비자금과 자녀, 건강 등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챙기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그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올 때마다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인’ 또는 ‘측근 중의 측근’ 등의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국제관계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한 리 대사는 현지인 못지 않은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의 북한 인명자료에 따르면, 리 대사는 1980년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공사로 부임해 제네바와 첫 인연을 맺었고, 1987년 9월에 제네바 유엔사무국 상임대표부 대사로 임명됐으며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이뤄진 이후에도 대사직을 계속 수행해 왔다.


리 대사는 1998년부터는 스위스와 스와질란드 대사를 겸임했고, 2001년에는 리히텐슈타인과 네덜란드 대사까지 함께 맡았으나, 주 활동무대는 제네바였다.


리 대사는 인터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국내외 언론에 소개된 장면만 봐도 그가 단순한 외교관 이상의 비중을 가진 인물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8월 스위스의 프랑스 일간지 ‘르 탕’은 김 위원장 일가가 축적한 40억 달러의 재산 중 일부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는 설과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정남(39) 씨와 정철(29) 씨, 정은(27) 씨 등이 모두 제네바와 베른 등에서 유학한 사실을 들며 김 위원장 일가가 스위스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이 신문은 스위스 대사관과 제네바 대표부를 동시에 관장하는 리철 대사의 자리는 요직에 해당하며,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의 규모가 국력에 비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6년 4월 미국 일간지 워싱턴 타임스(WT)는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차관보가 서울 강연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계속 불참할 경우 스위스은행에 개설된 김 위원장의 40억 달러 계좌를 조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고, 리 대사는 성명을 통해 40억 달러 계좌설을 ‘망발’, ‘황당무계’ 등으로 표현하며 부인했다.


또 지난 2008년 12월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제네바는 북한의 비자금 관리처인 동시에 세계로 열린 창구의 역할을 하는 도시”라고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특히 리철 대사가 1991년 이래 지금까지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치료를 위해 프랑스 의료진을 접촉하는 핵심 역할을 함으로써 최고위층의 ‘건강’ 문제까지 챙겨왔다고 분석했다.


리 대사는 또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텔레콤의 지분 투자를 유치해 2008년 12월부터 북한에서 3G 방식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게 했고, 류경호텔 공사 재개와 합작은행 설립 등 대북 투자유치 관련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대사가 교체되는 데는 75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이라는 분석이 일단 우세하다. 하지만 권력승계 등 북한 내부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김정은의 경우 리 대사의 보호를 받으며 스위스 수도 베른 칸톤(州) 쾨니츠 게마인데(區) 리베펠트의 키르히 거리에 있는 3층짜리 연립주택에서 여동생 여정과 함께 살면서 1998년 8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에 다닌 점이 주목된다.


한편 리 대사가 이임한 후에도 북한 당국에 제네바의 기능과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에 후임이 될 인물 역시 비중있는 외교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