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미국이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면서 종전선언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베이징올림픽과 종전선언을 불가분의 관계로 접근하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통일부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종전선언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 간 종전선언을 진전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장관은 “베이징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종전선언이 영향을 받는다고 연결하지는 말아주기를 바란다”며 베이징 올림픽 전에 남북 간에 진전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종전선언에 담길 내용이나 문구에 관한 질문에는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더 구체화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한미 간의 종전선언 협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며 “만약 종전선언을 한다면 베이징 올림픽에 가서 하는 것보다는 그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통일 지향은 이미 늦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저로서는 당장의 통일, 아주 빠른 급속한 통일보다는 점진적 통일, 준비된 통일을 하자는 취지로 이해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또 일각에서 통일부의 명칭을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통일부라는 명칭이 갖는 특별한 의미도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교류나 협력의 수준을 넘어서서 궁극적인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측면에서의 통일부 명칭이 저는 본질적으로, 현실적으로 더 좋은 명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장관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고, 한반도 상황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금년 말부터 내년 초, 이 몇 달간의 시간이 한반도의 평화정세를 향한 ‘기회의 창’이 되도록, 다시 남북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인도적 협력 ▲보건의료·기후환경·재해재난 협력 ▲이산가족 상봉 ▲9·19군사합의를 바탕으로 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북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이런 노력에 호응해 나와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북한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백신협력에 대해선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일상회복 과정에서 코로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면서 백신협력을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접근해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수용하는 북측의 의사도 최종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하면서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이하 코백스)는 북한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209만여 회분을 배정한 상태지만, 북한의 준비 부족 등으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은 코백스가 추가로 배정한 중국 시노백 백신 297만여 회분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배정해도 된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실상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