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지사의 결단과 김정일의 집착

지난 4일 이원종 충북지사가 다음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을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 1위를 달려온 터라 그의 용퇴(勇退)는 세인들에게 더욱 값지게 받아들여졌다.

이 지사는 ‘40년 공직생활 동안 항시 긴장 속에 있었으며, 휴일도 없고 명절도 없었다’며 정점에 올라가기까지 계속된 긴장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했다.

보통 사람들은 권력의 맛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는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해 뛰어드는 일군의 집단을 보면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는다. 그 달콤한 권력의 단맛을 포기하는 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고뇌와 결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도민(道民)의 지지까지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지사의 퇴장은 뭇 정치인들의 애처러운 뒷모습과는 모양새가 크게 달라보인다. 그 동안의 잘잘못을 떠나 이 순간만은 그의 뒷모습까지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고개를 돌려 시선이 북으로 향하면 이 지사가 샘 솟게 해준 맑은 심성이 순간 아찔한 암흑으로 바뀌게 된다.

김정일, 그는 22살에 권력에 입문해 환갑을 넘길 때까지 북한을 통치해온 21세기 최장수 독재자. 그는 80년대 중후반부터 아버지 김일성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절대권력을 형성했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지사야 말로 천하의 바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에도 김정일은 아들에게 후계자 작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아바지 꼴이 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욕심많고 비겁한 김정일에게 용퇴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들도 믿지 못하는 김정일이 권력에서 스스로 사라질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주민들에 의해 끌어 내려지거나, 신변의 이상이 생기는 것 밖에 없어 보인다. 어찌보면 그는 퇴로도 막혀있는 셈이다.

그의 퇴장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다면 그가 가야할 곳은 친구 후세인이 있는 법정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가 국방위원장, 노동당 총비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책을 모두 사퇴하고 스스로 제 3국으로 망명을 선택한다면 그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이 얼마나 부질없는 상상인가.

독재자 김정일은 이 지사의 아름다운 퇴장을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그리고 절대권력에 금이 가기 시작할 때 그 교훈을 몇 번이라도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 날이 멀지 않았다.

정재성 기자 dailyn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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